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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2/02/26 부끄럽구요
  2. 2012/02/17 자전거 탄 소년
  3. 2012/02/14 돌고래 세마리
  4. 2012/02/07 입춘 지나 진짜 겨울

부끄럽구요



일도 놓고 사랑도 흩어진 기분. 거듭되는 하루들의 의미가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제 삶을 걸어갈 것이니 집착은 말자고 스스로 몇 번씩 각오할 뿐인걸. 그는 매일같이 열중하는 일에 대한 보답을 언젠간 받게 될텐데. 그럼 난, 난 남아 무엇이 될까. 그저 취미를 즐기다 사람을 사귀고 이룬 가정 안에서 행복한 척 웃으며... 빌어먹을 빈말에 위안을 얻으며 살게 될까. 언젠가는 진심을 토해낸 결과물 그 무엇을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을까. 나처럼 약점이 많은 인간이 과연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자. 자신은 있냐고. 절대로 지금의 내 모습에서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을 기대할 수가 없다. 너무나 먼 길. 어쩌면 얼토당토 않은 길. 아룬 것도 가진 것도 집념으로 노력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없는걸. 그저 흥에 겨워 몸을 흔들고 시샘어린 시선으로 잘난 이들을 응시할 뿐.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냐. 첫 걸음도 못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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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소년



다르덴, 그들의 영화는 적어도 내겐 영화가 아니었다.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기엔 사실과 닮았고, 그늘진 삶을 애써 살아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로 보는 창이 되곤 했다. 그들이 고집스럽게 사용하지 않은 영화 속 음악이  <자전거 탄 소년>에서 들려올 때,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가 희망의 다른 말로 전해져 감상을 방해할 때 아, 그들도 변했구나 싶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주인공 소년 '시릴'이 보이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향한 무한한 이해와 변명은, 시릴의 위탁모 '사만다'가 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내리 사랑은 영화의 중심을 이뤄 가슴을 친다. 비난하지 않는 것은 믿음, 신의, 어쩌면 사랑과 같은 말이 아닐까. 어떤 깨달음의 울림이 깊다.

어쩌면, 많은 평자들이 얘기한대로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대중과 한층 가깝게 호흡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실제 <자전거 탄 소년>은 다양성영화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로 개봉 4주차 2만 관객을 돌파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여전히 날선 생각과 시선을 영화에 담아내는 그들을 존경한다.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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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세마리



심난한 채 잠들었는데 아름다운 꿈을 꿨다. 허름한 숙소 화장실로 돌고래 세 마리가 찾아왔다. 반짝이는 청색의, 한없이 맨드라운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들과 물 위를 함께 날았다. 모두 몸집이 작은 아기 돌고래들이었고 나에게 더 없이 살가웠다. 그 중 한 마리가 우리말로 “바다에 잠시 다녀올게.” 했다. 셋이 줄지어 떠난 뒤 바라본 창밖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파리의 밤이었다.

이렇게 살아지는 건가보다 한다. 요즘은 특별한 걱정 없이 매일 밤 짧게나마 나에게 쏟을 시간이 아니 정력이 있기만을 바랄 뿐 다른 건 없다. 다만 시간이 어서 흘러 내일이 오고 또 다음날이 돼 나이를 먹고 중년이 되어 홀연히 훌쩍 비밀처럼 떠나도 탈 날 것이 없는 미래의 어떤 날을 그린다.

간혹 심난한 것은 마주치는 지금의 내 모습 때문일 거다. 고인 물처럼 정체된 상태의,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지만 혹시 있다 해도 놓아야만 하는 지금의 나는 방황하고 있다. 분명한 내 자리를 인정하고 반기면서도, 밀려오는 위기감을 의연히 대처하지 못해 찾아오는 의기소침함이 날 작게 가둔다. 기회인 양 변화를 꾀하지만 역부족이다.

이 부정의 기운을 떨칠 땐 한 방법으로 품 넓은 누군가를 그려보는데, 이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상상에도 현실의 제한들이 반영되나 보다. 시간을 흐르게 두는 수밖엔 없어 보인다. 꿈속에 찾아와 준 돌고래 덕분에 오늘은 별일 없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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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지나 진짜 겨울

2012. 2.


입춘이 지나 진짜 겨울을 보았다. 춘천사의 꽁꽁 언 계곡물과 녹을 채비도 마다하고 만끽하라는 듯 지천에 널린 하얀 눈을 밟았다. 춘천 시내에서는 봄 향이 코끝에 걸리더니, 그 산속은 같은 하루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찬바람이 매서웠다. 태어나 이토록 많은 눈밭을 걸어본 적 없는 아기가 제일 신나 껑충껑충 뛰놀았고, 그 뒤를 종종 걸음으로 쫓은 난 추웠지만 아름다운 겨울의 풍경에 빠져들었다.

돌아오는 차 안이었던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가난한 내가 가진 것들을 나열한 메모가 보인다. 선뜻, 주말 산책을 지휘한 착한 남편과 쑥쑥 자라주는 감각적인 아들. 드디어 익숙해진 안락한 나의 집과 언제든 따뜻한 물이 흐르는 고마운 싱크대. 건강하신 양가 부모님과 아낌없이 사랑 주는 나의 언니들. 틈틈이 꺼내 추억하는 사랑의 기억들. 마음을 사로잡은 몇 장의 사진들. 미래의 나의 꿈들. 안방에서 쉽게 만나는 귀한 영화들. 고이 대기 중인 읽을 목록의 책들. 정말이지 가진 게 많아 부자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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