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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2/03/30 한설희 老母
  2. 2012/03/30 고요한 밤
  3. 2012/03/23 단 하룻밤의 사랑
  4. 2012/03/22 11년 전
  5. 2012/03/06 시작의 날 2012 3 5
  6. 2012/03/02 두번째 사랑

한설희 老母

한설희 [老母] , 류가헌

 

'어느새 늙고 병들고 겨울나무 마냥 앙상하고 쇠잔한' 모습이지만, 곱고 정갈하다. 백발의 머리칼은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의 자존심인양 강인해 뵌다. 카메라를 들고 선 딸과 노모 사이의 여백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듯하다. 덕분에 클로즈업과 풀샷을 넘나든 작품들 어느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아름답도록 유도되지 않았을 날 것의 다큐사진이, 참으로 아름답다.

류가헌에서 4월 8일까지 전시될 제 1회 온빛 사진상 수상작 한설희의 [老母]전은 공감을 부른다. 한없이 내리 사랑 주시는 우리내 엄마의 모습이, 어쩌면 미래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지루하리만치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 중이지만 그저 찍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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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2012. 3. 우리 함께.

 

특히 이번주는 강행군이었다. 오빠의 도움 없이 총 열 차례의 아침 저녁상을 차렸다. 햄김말이밥 같은 좀 찔리는 식단도 있지만, 미역국과 떡국은 내 입맛에도 일품, 대체로 잘 해냈다. 역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유치원)보내고 받는 일도 온전히 스스로 해냈다. 다행히 꼴 안내고 새로운 유치원에 그럭저럭 적응해준 아이 덕분이다. 어제는 친구와 아옹다옹하다가 친구의 안쪽 허벅지를 물더라는 담임선생님의 우려 섞인 전화를 받았었다. 유난히 기분이 좋아 웃으며 하원하던 날이었는데 어떤 승리감을 맛 본걸까. 궁금하지만 만 4살이 채 안된 아이의 속을 아무리 엄마라도 알 길이 없다.

이렇게 2012년의 3월이 가고 있다. 금요일 밤. 드문 일인데, 아이가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오늘은 늦도록 놀아주겠노라 각오한 날이건만. 조용한 이 밤이 낯선 타인의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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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룻밤의 사랑


Before Sunset, 2004

왈츠 한 곡 들어봐요. 그냥 문득 떠오른 노래 하룻밤의 사랑 노래. 그날 그댄 나만의 남자였죠. 꿈같은 사랑을 내게 줬죠. 하지만 이제 그댄 멀리 떠나갔네. 아득한 그대만의 섬으로. 그대에겐 하룻밤 추억이겠죠. 하지만 내겐 소중한 당신. 남들이 뭐라든 그 날의 사랑은 내 전부랍니다. 다시한번 돌아가고 싶어. 그날 밤의 연인이 되고 싶어.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내겐 너무 소중한 당신. 단 하룻밤의 사랑. 나의 제시.


비포 선셋은 미안하지만 내 영화 같아. 영화 속 제시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 바로 그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추억으로 저물지 않는 지난 사랑이 머뭇머뭇. 몇 년이 흐른 뒤에 다시 본 이 영화, 처음보다 많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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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2001년 10월
 

11년 전, 런던에서 몇 달을 머물며 민박집에서 알르바이트를 했었다. 돌아보면 인생의 첫 경험들이 즐비했던 소중한 시간들. 당시엔 30인분 밥물 맞추기 같은 고난이도의 미션들에 스트레스도 꽤나 받았지만, 언제나 막내 동생 돌보듯 보살펴주고 달고 다녀준 주인장 오빠들 덕분에 종종 추억되는 아련한 시절이다. 사진 속 이 날은, 아마도 그동안 벌어둔 여비로 혈혈단신 유럽 여행을 떠나기만을 남겨둔,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이지 싶다. 고마웠다고 아쉽다고 훌쩍이다 취한.

배움도 사랑도 여행길도 머물 곳도 모두 뜻에 따라 이룰 수 있다며 미소짓는 풋풋한 저 여인이 과연 '나'인가. 삶의 많은 것이 결정되고 예정된, 짧은 떠남도 어려워진 현재의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는 말했다. 나에게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하는 힘이 있다고.  마음 끌리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거친 행동력을 참 멋지게 표현해 준걸텐데. 문득 그래, 저게 바로 나의 걸음의 이유가 되도록 살아볼까봐. 하는 생각이 들었다. 11년 전과 다름없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듯 한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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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날 2012 3 5



한젤이가 유치원에 입학한다. 우리 때와 비교해 꽤 이르게 시작하는 공동체 생활이라 내 맘도 편치 않은데... 아니나 다를까 유치원 첫 등원 날이 되자 내내 의연했던 한젤에게도 심난한 기색이 엿보인다. 모른 척 하고 등 떠밀어 보낼까 하다가 "한젤이가 오늘 큰 유치원 처음 가는 날이라 두근두근 떨리는구나." 했더니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이 돼 품안을 파고 들어온다. “엄마도 처음으로 뭘 할 땐 긴장되고 떨려. 하지만 시작하면 다음번은 쉬워지거든. 해보는 거야. 잘 할 수 있을 거야." 위로가 전해질까 반신반의하며 건넨 한마디인데 다행히 아이 얼굴이 환해진다. 되레 비가 내려 촉촉해진 땅을 얼른 밟아보고 싶다며 문 밖을 나서길 재촉한다.  

함께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형, 누나도 있으니 든든한지 밖에서도 연신 함박웃음이다. 내 마음도 한시름 놓았다. 안 간다고 울고불고 도망치는 난리부르스는 벌어지지 않을 징조다. 엄마 손에서 떨어지기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 6살적 나는, 길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울다 못해 통곡하는 괴로운 아침을 오래 겼었다. 그에 비하면 한젤이의 등원 길은 행복해 보인다.

꽤 쌀쌀한 3월 초의 날씨인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아이의 옷이 너무 얇은 건 아니냐는 어머니의 말씀에 걱정이 차오른다. 발 시리진 않을까... 실내화 겸용 덧신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언 발은 녹는데 시간이 꽤 걸릴 텐데... 독하다는 봄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데.... 걱정이 꼬리물기를 하는데, 다행이 노란 버스가 도착한다. 한껏 들뜬 한젤이는 앞장 선 형, 누나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버스 계단 턱을 오르는 시간도 길게 느껴지는지 몸을 움찔움찔한다. 그 모습이 참 기특하다 싶어 짠해지는데, 안전하게 착석한 아이가 손을 마구 흔들어 보인다. 순간 느닷없이 눈물이 목에 걸린다. 안쓰럽고 미안하고 대견하고 고마운 복잡한 마음이 실타래처럼 엉켜 마음 한가운데를 콕 찌른다. 걸어서 10분이면 도착하는 동네 유치원에 보내는 길인걸 눈물까지 흘리는 건 좀 주책이지 싶으면서도 흔들리는 가슴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앞으로 떠나보낼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겪는담. 태어나 3년 하고 5개월이 지난 아들이 유치원 버스에 올라 타 두 손을 흔드는 그 대견한 모습은 오래도록 마음 안에 머물겠지. 애틋함이 깊어지는 엄마로 성장 중인 낯선 내 모습도 언젠간 익숙해 지겠지.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날 가슴도 벅찬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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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사랑



두 번째 사랑이길 바랐던 하정우는 넘 대세남이 되어 매력이 반감됐지만, 역시 좋은 배우란 느낌이다. 느지막이 찾아 본 <두번째 사랑>(김진아 감독)은 욕망을 좇은 여성이 결국 파멸에 이르는 여느 불륜 영화와는 다르게 평화로운 해피엔딩이 인상적이다. 아이를 지독히(목숨을 걸만큼) 가지고 싶어 하는 ‘부부'의 설정이 진부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 주인공 소피가 이룬 두 갈래의 사랑이 모두 납득할만하단 점에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아이 엠 러브>에서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엠마의 마지막 결심과 결을 같이 해, 앞선 여성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도 보인다. 

다만, 불륜의 행복한 결말이란 게 어쩜 이리도 영화 같을까 싶어 조금은 헛헛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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