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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부러운 산책길, 내셔널갤러리




1800년대 초반의 대부분의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격식이 있는 복장을 갖추어야만 했고, 관람자격이 충분히 갖추어졌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간단한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것이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행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는 그 시대에 어린이들의 입장을 허락한 세계 최초의 미술관이었다. 이것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라기보다는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볼 하인을 두지 못하는 시민들의 방문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세계미술관기행 ‘내셔널 갤러리’ _ 다니엘라 타라브라




미술관을 놀이터삼아 뛰어놀던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
그곳에는 잘 갖춰진 낮은 눈높이의 검색용
컴퓨터 시설부터 친절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건 분명 어린이 입장객을 위한 배려일 테니까.

족히 서너 시간은 넘게 바닥에 앉아 스케치북 위에
그림을 그렸을 한 꼬마와 엄마 손을 잡고 팔랑팔랑 뛰어다니던
곱슬머리 소녀. 관람을 마친 뒤 트라팔가 광장 한편에 걸터앉아
샌드위치를 나눠먹는 엄마와 아이들.

이 모든 장면장면은 그 순간 모두 캡쳐해
여전히 내 가슴속 깊이 저장돼 있다.



‘내셔널 갤러리’라는 이름이 주는
엄숙하고 중후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문 두드리는 모든 이들에게 무료입장을 고수하는
이 19세기 풍의 건축물은 내 나이 23, 24 그리고 27.
런던에 들릴 때마다 제 1순위로 찾은 장소였다. 

그 이유는 물론 다빈치와 보티첼리 같은 대가의 그림을
코앞에서 바라볼 수 있는 황홀함에도 있지만
무엇보다 공간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숨결 조차에도 스며든
그 ‘자유로움’ 에의 강렬한 이끌림 때문이었다.

내셔널 갤러리를 둘러보고서 트라팔가 광장에서
오수를 즐기는 것은 미술관이 베푸는 매너를
일상으로 만끽하는 그곳 사람들의 자연스러움을
잠시나마 공유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내셔널 갤러리'를 읽으며...
몰랐던 구석구석 사실들을 알게 될 때마다
지나간 줄만 알았던 소망이 다시금 꿈틀거린다.

‘단 1년 만이라도... 그곳에서 살고 싶어라...’



내셔널 갤러리 - 10점
다니엘라 타라브라 지음, 박나래 옮김/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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