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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선이골, 떠나자


누구나 할 것 없이 생활이 빠듯하고 바쁘고 지친 서울의 삶. 거기에다 하루 스물 네시간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 뿌연 하늘, 피해 의식, 두려움.... 남편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 이었다. 떠나는 것! ...우리는 왜 떠났는가?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7년째 선이골 삶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만니기’위해서 ‘떠났음’을 깨닫는다 . 서울 삶에서 우리는 ‘하나되는 만남’에 배고프고 목말라 했음을 깨닫는다.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지음) 중에서...

결혼과 같은 미래 따위의 고민을 채 하기도 전인 철 없던 시절 어느 해엔가 선이골 아이들을 다룬 방송을 챙겨보며 적잖은 감흥을 얻었더랬다. 언젠가 나도 뜻 맞는 솔메이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토끼같은 자식을 여럿 낳아 저렇게 한적한 시골로 가 자연과 함께 살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오리 친구를 껴안고 뒹구는 아이들을 보며 왠지 겁이 나 강아지도 쓰다듬지 못하는 내가 좀 못났다는 생각도 함께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난 변함없이 전형적인 도시의 삶에 흠뻑 취해 살고 있다. 매일 밤 터벅터벅 걸어 마주하는 아파트 입구는 언제나 딱딱한 체구를 하고는 고압적인 자세로 서있다. 아침 생각을 위해 창밖을 내다보며 마음을 가다듬고 싶어도 마땅히 시선 둘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책으로나마 선이골을 다시 만나니 가슴 속 숨겨둔 옛 다짐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떠나자 떠나고 싶다 떠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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