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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The Sea Inside


정말 여기서 바다 냄새가 나요?
창문이 열려 있으면 바다에 있는 것처럼 냄새가 나요.
후각이 아주 예민하네요.
냄새가 감각을 더 예민하게 하나봐요. 자주 공상에 빠져요.
예를 들면, 당신 향기... 당신에 대한 공상에 잠길때면 당신 향기를 제일 먼저 상상해요.

그래요? 무슨 공상을 하죠?

그냥 그런거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긴하죠.
공상 속에선 늘 움직일 수 있어서 난 일어난 그 순간 당신이 있다고 상상하는 곳으로 가요.
예를 들어 여기 있다고 상상되면 당신 가까이 다가가요.
그리고 수 없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죠. 당신의 향기가 점점 강해지고 난 몽롱해 져요.
당신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고 당신의 손길이 느껴져요. 그리고 정신을 잃죠.


The Sea Inside 의 이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와 같다.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 지내는 라몬이 상상으로나마 사랑하는 여인 곁으로 걸어 간다. 그녀의 뒤에 서서 가슴 깊이 손을 넣어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입을 맞춘다. 향기로 시작해 키스로 마무리되는 아름다운 씬.

그 순간 마치 마술처럼 그 향기가 퍼졌다. 바로 고개를 들어 향기의 주인을 올려보았다. 낯선 남자였다. 팔년 쯤 됐을까. 그의 품안에서 언제나 풍기던 그 향이다. 그의 이름 그가 살던 도시 그와 나눈 미소들 눈빛들 코끝을 매만지던 그의 오랜 습관 같은 게 번개처럼 스쳤다. 향기가 추억상자의 비밀 열쇠라도 되듯 공상과 상상의 세상이 펼쳐졌다. 영화와 현실이 절묘하게 이룬 묘한 경험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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