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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승기와의 하루

2010. 10.

매년 상처럼, 즐기길 허락받은 부산영화제를 올해 역시 다녀왔다. 작년과 비교해 다른 점은 차분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줄곧 유지했다는 데 있다.  덕분에 하루 네 편 이상의 영화를 두루 섭렵했지만, 확실히 마시고 놀고 떠드는 데 덜 애를 쓴 건 확실하다. 사실 부산에서의 술자리는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여간해선 못 뵈는 선배님들 곁에서 주옥같은 얘기를 주워들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한편 소중한 인연을 처음으로 맺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일이 일이니만큼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가지고 지켜야 할 자리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일찍이 털고 일어나 숙소로 들어선 밤들이 많았다. 그러는 마음 역시 편치 않았지만 이상하게 올핸 몸도 마음도 무겁게 축 늘어져버려 긴 밤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 중에 꾸러기스튜디오의 젊은 대표 승기님과의 하루는, 부산에 머문 동안 가장 많이 웃은 시간이었다. 재치와 끼로 초무장한 승기님의 발랄함에 까무러치던 밤. 길바닥에 모로 누워 사진 촬영에 온몸을 바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에 덩달아 신이 난 밤. 그의 레드와 나의 그레이가 유독 앙상블을 이룬 위의 사진이 그 날을 대표하기에 새삼 추억해본다.

ps. 승기님,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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