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

2010 Bye Bye

2010. 12. 24.
매일 보는 풍경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숫자에 불과한건 나이 뿐 아니라 날짜도 마찬가지란 생각이다. 2010년이 끝나가는 달력을 보면 마음이 초조해지다가도 생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싶어 차분해지려한다. 그래도 괜스레 이맘때엔, 일 년 동안의 사진을, 본 영화를, 책을... 쇼핑 리스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될 것만 같다. 가장 행복했던 치사했던 웃겼던 슬펐던 순간들도 꼽아보고 싶어진다. 올해의 인물인 그분께 짧은 메일으로나마 안부 인사도 건네고, 소홀했던 부모님도 챙겨드려야겠단 생각에 마음이 분주하다.

혼자서의 여행이 한 차례도 없었던가. 대신 대 가족을 이뤄 떠난 여행이 몇 차례 있었다. 나를 놓고 가족의 일원으로, 엄마로 며느리로 아내로... 자리한 경험들은 또 다른 나의 발견, 고로 나의 확장이 됐다. 자유로운 영혼의 날개는 꺾였지만, 그래서 가끔 이 생활이 고독하지만 아줌마 치고 날아다닌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완전히 바뀔 내년은 엄마로서의 역할이 빛을 발해야 될 시기가 될 거다.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슈퍼맘이 돼야해. 떨칠래야 떨칠 수 없는 이 책임강박증. 아프면 안되고 기분이 변덕스러워도 안된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먹거리를 만들고 차리고 먹이고 치워야 한다. 그래도 즐겁게 해낼 수 있을거야. 이한젤과 함께라면. 덕분에 포기해야 될 줄만 알았던 나의 일은,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조건으로 계속 할 수 있게 됐다. 구원받은 기분... 아, 올해의 감동 순간이다.

'계절' 프로젝트는 계획 중인 나의 첫 1년짜리 사진 작업이다. 항상 곁에 있으나, 의식하지 못했던 언제나 나를 품었던 이곳의 봄여름가을겨울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느끼고 바라보게 될 것에 기대가 이만저만 아니다. 사람 사진보다 풍경사진이 쉽다고 여겼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얼마만큼의 깊이로 무엇을 보고 찍느냐, 더해 글로 남기느냐는 피사체에 관계없이 어렵고 노력이 따르는 작업이다. 구름 한 점, 작은 잎 하나까지도 소통의 대상이 될 테니 오감을 활짝 열고 들뜬 기분으로 해내고 싶다.

외로움도 그리움도 잦던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는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헬런니어링, 스콧니어링, 리영희선생님이 흔들거릴 때마다 글로써 꼭 안아주었다. 올해의 영화 '만추'와 같은 애절한 사랑을 기다려도 될지, 유부녀로서 내적 갈등 중이지만... 사랑은 바란다고 오는 게 아니기에 우선은 운명에 맡겨보기로 한다.

잘있어. 2010.





반응형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닭의 노래  (5) 2011.01.06
특별하지 않기  (2) 2011.01.01
사랑예감  (0) 2010.12.10
다른 여행  (4) 2010.12.07
이쯤에서 '진보집권플랜'  (5) 2010.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