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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머물도록 하는 힘 'Rachael'

2011. 1. 레이첼 & 막시밀리언 콘서트


2005년도인가. 야마가타(Rachael Yamagata)의 목소리에 홀려 그녀를 한 꺼풀씩 탐닉하다가 최근에는 슬쩍 우울하고 싶은 날 꺼내듣곤 한다. 어두운 음색과는 다르게 실제 그녀는 발랄함 자체였다. 잘 노는 언니의 포스를 발휘하며 섹시한 농담도 감각적으로 뱉었고, 함께 공연한 막시 밀리언 해커의 마르고 긴 몸에 살짝 기대  안기며 익살맞은 표정도 보였다. 앙코르 무대에는 걸쳤던 윗옷을 벗고 나풀거리는 민소매 원피스로만 등장해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중저음의 섹시한 음색으로, 자신의 이별담을 무심하게 애기하다 진심을 열창하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막시 밀리언 해커(Maximilian Hecker)의 목소리는 힘이 완전히 빠진 듯 부를 때 빛을 발했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감상하니 상상 속에 존재하는 몽환적인 장면들의 슬라이드 쇼가 펼쳐졌다. 두 가수가 듀엣으로 부른 곡은 두 곡에 불과했지만, 3시간으로 예정된 공연은 열기의 정점을 찍고 4시간이 넘어서야 막을 내렸다. 넓은 무대 한가운데 서 쏟아지는 핀 조명을 오롯이 받으며, 피아노와 기타를 춤추듯 연주하는 뮤지션의 모습은 아름답다. 누군가 날 한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게 한다면 그는 필히 뮤지션일 것이다. 야경에 휩싸인 광화문 네거리를 걸으며 미래의 그런 하루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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