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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제주, 다섯살 꼬마와 잠시 머물기로

 

 

제주가는 날. 드디어 출발

 

좀처럼 흥이 나지 않았다. 잊지 말기로 한 것들을 빠트리고 온 것에 자책했다. 예를 들면 안경... 같은 아주 중요한. 챙겼으면 좋았을 걸 하는 것도 하나 둘 떠올리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예를 들어 고무장갑 같은. 마음만큼 몸도 천근만근이다. 태동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아 무심했던 손길로 토닥토닥 부른 배를 만졌다. 뱃속 나에게도 신경 좀 써달라는 나름의 신호일까.

 

하루 먼저 도착한 광주에서 장흥 노력항까지 가는 길도 순탄치 않았다. 말썽 피우기로 유명한 올레navi 덕분에 한바탕 길을 헤매고 겨우 도착했다. 다행히 다섯 살 한젤군이 지루했을 시간을 의젓하게 참아주었다. 노력항에서 출항한 오렌지호는 좌석도 화장실도 생각보다 편안하고 깔끔했다. 이만하면 뱃길 제주행은 추천코스다. 다만 우리 배는 안개 탓에 도착 시간이 많이 지연됐다. 역시 한젤군이 잘 견뎌 줬지만, 종이접기와 창 밖 구경을 함께 해주느라 휴식 시간을 누릴 수는 없었다.

 

다섯 살 꼬마와 근 한 달 제주도에 머문다. 용감하다며 자뻑한 계획인 걸 출발일이 다가올수록 부담감이 배로 늘었다. 지출경비도 이래저래 초과해 에라, 취소할까 고민도 됐다. 그러던 게 뱃길 바닷바람에 쓸려 걱정 몇 가닥 버려지니 좀 가벼워진 채 여유가 찼다. 그래. 제주도에는 쉼 하러 간다. 아이와 즐겁게 놀아주기 위해서도, 세 끼를 정석으로 차려주기 위해서도 아니다. 아프진 않을까 미리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별 생각 없이 잘 먹고 잘 놀면 된다. 물론 엄마 본능에 긴장할 일들이 속출하겠지만 적당히 놓자. 대신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일들, 사진, 일기, 아침 산책을 충분히 즐기기로 한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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