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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기다림>과 <즐거운 인생> 그리고…

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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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기다림>에는 18년 동안 한 남자를 기다리는 우만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사랑하기 때문에’ 숱한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고통과 같은 기다림을 겪는다. 사랑은 설렘으로 그것은 질투로 질투가 괴로움으로 괴로움이 허탈함과 분노로 동시에 막연한 기대로 변화한다. 이런 복잡다난한 사랑의 성격 덕분에 만나는 긴 세월 동안의 기다림을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십 수년의 세월 후에 만나는 드디어 사랑하는 남자 린과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이 완전한 사랑의 쟁취라고 믿었건만 사랑은 잡히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방황한다. 그렇게 소설은 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것임을 시간의 유유한 흐름 속에서 조용히 일깨워준다. 나는 이 소설의 엔딩이 슬펐다.

 

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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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개로 만난 한 커플이 내년이면 한 아이의 아빠와 엄마가 된단다. 축하해 주고 싶은 경사스런 일이다. 저렇게 한 가족이 탄생되는 거구나 싶어 신기하다. 기쁜 소식을 전하며 친구는 이왕이면 딸이 좋겠다고 말했고, 나는 딸이든 아들이든 다 좋지 뭐 라고 너무나 당연해서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친한 친구에게 전할 법한 이야기는 아닌, 지극히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나는 여전히 사랑에는 정교하게 반응하지만, 결혼과 현실에는 무관심한 척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랑이 결혼으로 인해 현실이 된다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아서 애써 멀리하려는 듯. 미성숙한 나는…사랑을 짊어 질 현실의 무게가 벌써부터 무겁다.

 

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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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즐거운 인생> 에는 세 가정의 가장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가정 안에 두 남녀의 사랑은 사라 진지 오래다. 지금 사는 모습이나, 곧 닥칠 기막힌 일들이 ‘즐거운 인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그들 중 오직 남자들만이 ‘즐거운 인생’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랑했던 남녀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묶인 채 아이러니 하게도 따로 놀고 있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게 온 가족이 극장을 찾았다. 극장을 찾은 우리 가족이 쪼르르 앉았다. 내 옆에 엄마가, 그 옆으로 큰언니 작은언니 형부 아빠가 앉았다. 엄마랑 아빠가 나란히 앉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순간 나는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사이 사이에 자식들이, 자식의 짝꿍이 앉아있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책과, 영화 그리고 친구의 소식을 접하며 과연 내가 추구하는 사랑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너무나 뜨거웠었고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었으며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지 못해 항복했던 지난 기억들이 스쳐간다. 언제고 다시 시작 될 사랑은 마냥 뜨거워도 두려울 것이고, 적당한 찬바람이 불어도 불안하겠지. 언제쯤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 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나.

 

지난 밤 적어 놓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점점 닮아간다면…어떤 모습일까. 꽤 괜찮은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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