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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놓는 법

 

2014. 5. newyork 

 

아이폰 6 플러스. 100만원에 샀다. 아직 잔금을 17개월 더 부워야 완전히 내 것이 되는데 어제로 액정을 세 번째 깨먹었다. 수리비만 40만원이 넘는다. 다행히 앞 두 차례는 월 4700원씩 부은 보험 덕분에 자기 부담금 8만원 정도로 해결했다. 이번엔 안된다. 보험 보장액이 바닥났다. 사설업체 수리비용은 27만원. 귀찮으면 침대 위에 휙 던졌다 성가시면 가방에 훅 넣었다 하는 고가의 애물단지. 요놈이 내 속을 또 긁는다.

 

띠디딩딩디디딩

 

허겁지겁 꺼내보니 내 전화가 아니었다. 무심히 도로 넣는데... 가방 주머니에 쏙 들어가야 하는데... 가방과 바지 그 사이로 떨어진다. 시멘트 바닥에 닿자마자 기대보다 훨씬 연약한 액정이 산산이 조각난다. 

 

지난 후회라면 치를 떠는 내가, 괜히 한 손에 잡히지도 않는 커다란 폰을 원해 이 사달을 일으켰다며 가슴을 친다. 후회가 오를수록 진정하려고 애를 쓰니 속이 탄다. 울그락붉으락. 처음엔 엉성했던 금이 점점 촘촘한 거미줄처럼 견고해 진다. 그 넓이도 확장되고 있다.

 

종일 되뇌인다. 조금 더 버텨보자. 괜찮아 괜찮아.

 

그러고 보니 요즘 나의 일상이다. '너의 그 말이 내게 상처가 됐지만 괜찮아 괜찮아. 안부도 없이 오래 소원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이 학교에서 문제라고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서른이 훌쩍 넘어 애 엄마가 됐어도 사는 일이 어렵다. 유일한 위로는 흐르는 시간과 망각 뿐.

 

그저 그대로 바라보기로 한다. 꼬아 비틀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받아 들이는 내 상태에 집중하고 싶다. 아닌척 하지만 너도 나와 비슷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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