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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까만 터널

 

 

신발을 내리 바꿔 신으며 시간을 끄는 아이를 애써 인자하게 바라봤다. 바쁜 아침시간이라 항상 서두르는데 그럴수록 애와 투닥투닥하게 되길래 참을 인자를 새기고 또 새기고... 다행히 잘 넘긴다 싶었는데 ... 시동을 켠 뒤 곧바로 사달이 벌어졌다. 흙놀이 때문인지 오톨도톨한 아이의 손등이 걱정돼 로션을 발라주마 했는데 단호하게 싫다길래 아이의 손등을 툭툭 내리 치며 소리쳤다. 그게 뭐 그리 힘들길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너 손 가려울까봐 발라 준다는 거잖아! 일부러 엄마 힘들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에게 지지 않고 더 세차게 달려들었다.

 

다시는 챙겨주나 봐!

 

걸핏하면 하는 협박. 두려움에 떨던 눈빛은 조금씩 분노로 초점을 잃고 먼 땅을 응시한다. 나도 알고 있다. 저... 불쾌하고 억울한 심정을. 나라고 괜찮았을까. 뒤도 안돌아보고 휭 돌아 나와 이소라의 목소리를 듣다가 눈물을 뚝뚝 떨궜다. 자격 없음의 자책과 육아의 고달픔이 뒤범범된.

 

한참 달라 도통 이해가 어려운 성향의 아이가 어떤 선량함 혹은 넘치는 사랑으로 점차 이해 가능하고 훈훈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바라지도 않는다. 성향 그대로 자랄 것이다. 어쩌면 평생 우린 평행선을 달리리라.

 

어른이 돼 어서 날 떠나라. 그 전까지 긴긴 그 까만 터널을 우리 잘 버티자. 아주 작은 등불이라도 되어 주고 싶지만. 아이야 난 그저 너의 모자란 엄마다. 미안해서 힘들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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