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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행복의 기원

 

2006. London

 

 

버트런드 러셀도 경계하라는 '쾌락'을 인간의 진화에 필요한 유전적 요소라고 얘기하는 <행복의 기원>을 손에 잡기 무섭게 읽어 내렸다. 행복을 좀 다르게 보자는 관점이 좋았고 순식간에 빨려들었다.

 

"익숙한 철학의 안경을 벗고, 진화론적인 렌즈로 행복(쾌감)의 본질을 좀 더 깊게 들여다 보게 되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행복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요했던 생존 장치이다."

 

학생 시절 학교 담을 넘어 친구네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고 돌아오곤 했다. 치마자락을 휘날리며 담벽락을 뛰어 내리는 동시에 적발돼 혼쭐이 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왜냐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낄낄 '행복'했으니까. <행복의 기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매 순간마다 겁이 없고 어떤 대가보다는 즐거움을 따른 그간의 나의 행보에 '참 잘했어요' 도장 하나 받은 느낌이었다. 뿌듯함같은.

 

"외향성이 높은 사람의 특성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사람을 찾고, 그들과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외향성이 높을수록 자극을 추구하고, 자기 확신이 높고, 처벌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상이나 즐거움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다."

 

그러고보면 그 많은 술자리를 마다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공동 육아라는 울타리 안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일에 일에 열성인 것도 나의 타고난 성격, 외향성 덕분이다. 마음만 먹으면 남들보다 더 잦은 빈도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유전적 특혜.!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이런 '시시한' 즐거움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이다."

 

작가 김영하의 조언처럼, 일상에서 다양한 첫 경험을 누리고자 노팬티로 하루를 보내고 물담배의 사과향에 취하는 시시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두려움없이 맛봤다. 금새 휘발되는 쾌락이라도, 적응되고 익숙해 질 습관이라도 짜릿한 처음 그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위해서.

 

 To be happy, we must not be concerned of others.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놀면 된다. 결혼 유무 혹은 사회적 위치 혹은 나이 따위마다 결정지어진 사회적 잣대를 마음껏 무시하며 즐기리라.  '온갖 오명을 쓴 쾌락주의자의 10년 뒤'가 궁금하다면, 나를 주목해 주길. (내가 나에게 전하는 주문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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