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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UTIFUL DAY

그해 겨울, 상하이



2007년의 막바지에 상하이로 떠났다. 사실 "상하이의 밤"이라는 영화가 보고싶었는데 상영 일을 놓치고 말았다. 에라 이렇게 된거 진짜 상하이에 가볼까 하는 심산으로 가장 싸고 싼 항공권을 물색해 19만원짜리 티켓을 구입, 비행기를 타게된 거다.

식민지 시대 때부터 하나 둘 지어진 건축물들 덕분에 ‘아시아의 파리’라고도 불리는 화려한 도시. 실제로 가보니 예전의 전성기를 자랑하듯 죽 늘어선 서구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와이탄’ 지역을 두고 지어진 별명인 듯했다.

하지만 정서가 느껴지는 곳은 수십 년 전의 모습을 간직한 채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구시가지' 였다. 프랑스 조계에서 조금만 걸으면 닿을 수 있는 그곳에서 거리의 이발사와 엉덩이를 활짝 까고 아장아장 걷는 아가들을 보았다.  이방인의 눈에는 이곳이야 말로 화려함 뒤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지만 실제 삶하는 이들은 춥고 지쳤을지도...



“1934년까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였던 상하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자랑했고, 중국 전역의 자동차보다 더 많은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3백만 명의 인구 중 70,000명 이상이 외국인이었다. 상하이는 런던보다 세 배 더 복잡했으며, 세계 어디에서도 이처럼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 없었다.”

과거 아시아의 코스모 폴리탄이면서 현재 수 많은 관광객과 걸인들이 도로 위 자전거, 오토바이와 뒤섞여 숨가쁘게 움직이는 상하이는 한 해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히 매력적이 도시였다. 그곳 사람들처럼 무단횡단이 두렵지 않아질 무렵, 나는 다시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했다. 마치 두 시간처럼 지나간 나흘을 붙잡을 방도는 없었다.  그저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지금의 아쉬움을 달래는 수 밖에...

현재와 과거가 묘하게 공존하는 도시 상하이. 곳곳에 숨어있는 특유의 향과 뿌연 하늘이.. 무엇보다 싸고 달콤했던 상하이 맥주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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