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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Shorts

구혜선, 너 어디까지 가볼래?



배우에서 감독 작가에까지.. 놀라운 변신, 닮고 싶은 행보

 
나름의 고민과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락사로서 도움을 주는(구원해주는) 신부와 수녀.
배우 구혜선의 첫 연출작 <유쾌한 도우미>의 출발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자는 신이 아닌 인간 바로 자신들이다. 생명 윤리에 관한 인간의 모순성을 그리고자 했다.’는 다소 심오한 연출의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영화는 기대 이상의 묵직함과 동시에 제목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엇, 구혜선에게 이런 면이?”라고 놀라게 된 건 미안하지만 사실이었다. 그저 앳된 얼굴의 TV 스타라고 여겼고, ‘스타’ 에 대한 편견이 구혜선을 비껴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웃고 잘 빠진 몸매를 위해 헬스클럽에 드나드는 정도가 삶의 전부일 것만 같은 게 여.배.우.니까. 도대체 시나리오며 영화 연출이며 그런 거 할 시간이 어딨담?

이런 선입견은 최근에 출간돼 화제를 모은 <탱고> 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배우주제에..'라며 적당히 낮춰 봤더니 그 이상이어서 놀랐다는 호평과 이유가 뭐가 됐든 막무가내식 '무조건 싫어'형 혹평이 비등한 수로 포털 사이트에 등록돼있으니 말이다. 배우이기 때문에 더해지는 놀람과 감탄, 관심들이 그녀의 창작활동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런 편견의 시선을 깨는 게 그녀의 숙제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단 10분짜리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고, 틈틈이 기록해 놓은 메모와 그림들을 엮은 책이 나왔을 뿐이고..그럼에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행운임이 틀림없다. 특히 영화를 꿈꾸는 수 많은 젊은이들에 비하면 조건도 운도 모두 따른 럭키한 시작이라는 걸, 그녀도 알아야 한다.

수 년 동안 제발 시나리오 한 편만이라도 완성해 보자며 목표 날까지 세워가며 결심하는 나다. 매일 밤마다 꾸는 환상적인 꿈들을 적어놓고 또 적어놓지만 블로그 포스팅 한 번 하는 데도 게으른 나다. 이런 나는 구혜선이 보여주는 데일 듯한 창작열과 추진력이 부럽다.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시샘하기엔 나이도 열정도 행동도 부끄럽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극제가 되어줄 혜선씨. 그 이름 석 자를 자주자주 들으며 자극에 자극을 거듭하거든 언젠가 닮아 있을 날이 오겠지. 더불어 나만 보고 있자니 아까운 <유쾌한 도우미>가 많은 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과 소통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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