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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어쨌든, 영화를 만들다



<기다리다> DV6mm, color, 4'




'어쨌든' 영화 만들기는,

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좋아한다는 확신이 든 이후

줄곧 확인하고 싶었던 나의 재능과 감각을 시험해본 최초의 시간이었다.


'어쨌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주어진 이틀 반이란 빠듯한 시간 동안 머릿속에 그려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해야 했다.


영화 제작에 대한 아무런 경험이 없는 채로 모인 나와 같은 동료 다섯 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말 내내 저녁도 거른 채

영화! 에 빠졌다. 그리고 다행히.. 기적처럼 영화!는 완성됐다.


더없이 소중한 나의 첫 연출 작품은, 그러나 너무나 미숙한 나머지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비밀스런 작품의 운명에 놓일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심리는 물론이거니와 극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장치와 코드들은

결국 우리 다섯 명만 눈치 채고는 키득거릴 만큼

코믹스러울망정 효과적으로 담기지 못했다.


장면과 장면이 연결될 때 고려해야할 디테일의 가지들을

놓친 탓에 영화는 하나의 큰 맥을 따르지 못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건질 게 별로 없는 영화가..

바로 나의 첫 연출작임을 인정한다.



그래도 얻은 게 꽤 많다.

상상과 꿈, 환상을 오가며 기억에 넣어둔 불확실한 이미지들이

카메라 소품 공간 조명 소리 등을 타고 현실에 존재하게 됐다.

 

무엇보다 결과물에 만족했다면 결코 못 얻었을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을 시작하게 됐다.

<기다리다>가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된다면
아마 두 눈을 부릅뜬 채 죽을지 모른다.  

더 나은 다음을 위한 준비에 골똘해 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주 오랜만에 심장의 박동소리를 느꼈다.

오늘도 계속 둥둥둥 가슴이 뛴다.



TIP. 이번 <어쨌든> 영화만들기 프로젝트는 미디액트 프로그램 중에 하나였다.

정확히는 ‘이틀 반 안에 <어쨌든> 영화 만들기’

미디액트에서는 제작 촬영 편집 이론 등 영화 영상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대기 중이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보고 한번 쯤 도전해 보길.



<기다리다>의 전 스태프 그리고 도움 주신 윤영호 감독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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