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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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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손홍주 인물촬영 46기 2011. 3. 겨울과 사진을 벗 삼은 뒤론 꾸준히 좋은 사진 강좌나 특강을 찾는 편이다. 달팽이 사진골방의 임선생님 수업으로 사진과 함께한 1년을 보냈다면, 2년째인 올해의 첫 강좌는 소문도 자자한 손홍주의 스튜디오 인물촬영 '46기'를 선택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에, 특히 나처럼 사회적 관계에 약해빠진 미숙인은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에서 외로움을 잠시 잊는 법이다. 손홍주 선생님의 이번 강의은 내게 안식처였다. 수업은 첫 4주를 제하곤 쭉 공덕동의 한겨레신문사 꼭대기 스튜디오에서 토요일마다 촬영실습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진 언제나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마음 좋은 언니 오빠들이 사다 놓은 김밥과 빵도 한결같이 즐비했다. 주중엔 꼼짝없이 30개월 된 아기를 돌보는 욕구불만..
이미지비판론 2007. 12. 쩌우줭 '사진의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감각은 반복을 통해 둔화된다. 감각이 둔해지면 양심도 둔해진다.' (수전손택), '카메라는 유행을 쫓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가난마저 유희의 대상으로 바꿔버린다.' (발터 벤야민). 날선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시선이 머문 곳엔 가난한 피사체가 있다...
머물도록 하는 힘 'Rachael' 2011. 1. 레이첼 & 막시밀리언 콘서트 2005년도인가. 야마가타(Rachael Yamagata)의 목소리에 홀려 그녀를 한 꺼풀씩 탐닉하다가 최근에는 슬쩍 우울하고 싶은 날 꺼내듣곤 한다. 어두운 음색과는 다르게 실제 그녀는 발랄함 자체였다. 잘 노는 언니의 포스를 발휘하며 섹시한 농담도 감각적으로 뱉었고, 함께 공연한 막시 밀리언 해커의 마르고 긴 몸에 살짝 기대 안기며 익살맞은 표정도 보였다. 앙코르 무대에는 걸쳤던 윗옷을 벗고 나풀거리는 민소매 원피스로만 등장해 열렬한 환호를 받기도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중저음의 섹시한 음색으로, 자신의 이별담을 무심하게 애기하다 진심을 열창하는 모습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막시 밀리언 해커(Maximilian Hecker)의 목소리는 힘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2003. London 오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적게 먹고 살을 빼는 확실한 방법 외에도 시골로 이사해야 하고, 회사 일을 집으로 갖고 오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반려동물을 들이고, 휴식하는 법을 배우고, 현재만 생각하고, 웃고, 음악을 듣고, 하루에 예닐곱 시간을 자야한다. 장수하는 조부모와 부모를 두는 축복을 받아야 한다(수명의 35 퍼센트는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된다), 결혼을 하고, 많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와 가깝게 지내고, 자식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손자들을 돌봐야 한다. 교육을 잘 받고, 뇌를 자극하고,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한다.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화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발산하고, 언제나 옳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
H_angel 2011.1.15. 간만에 우리 둘이 함께 외출한 날이었다. 어깨가 빠지기 직전까지 널 안았다. 태어나고 줄곧 이날까지 우린 떨어져 살았다. 종일 같이 물고 빨고 뒹굴며 아기와 함께 사는 엄마들은 내 사정 얘길 들으면 대게 놀라며 묻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헌데 정말이지 그건 가능했다. 내 시간, 내 공부, 내 공간... 사방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놓고 사는데 불만이래 봤자 가끔 미치게 보고 싶은 그리움 정도 밖에 더 있을까.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이제 우린 만나면 좋아 죽어 양 볼에 침이 잔뜩 묻히며 뽀뽀하는 간절한 사이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 앞으론 함께 산다. 시작은 3월이다.
You's 종이비행기 2011. 1. 12 평범함과 결별한 것 같아. 오늘을 기점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롭고 특별한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아. 타투는 용기니까. 앞으론 그 용기를 알아보는 사람들과 옹기종기 모여 모험하고 도전하며 살게 될 것 같아. 오래 전부터 쭉... 동경만 한 난, 일분일초 휘릭 결단 내린 네 이번 선택에 길고 긴 박수를 보내. 어떻게 보여지느냐보다 의미있는 무엇을 새길지에 대해, 나도 오늘을 기점으로 치열하게 고민해보려고. 아무도 보지 못할 마음을 끄집어내 절대로 지울 수 없는 몸의 도화지에 그려 넣는, 그 대단한 작업을 널 닮아 용감하게 해내고 싶어졌어. 종이비행기는 꿈과 희망이라고 했지. 오른 팔목엔 용기를 담은 종이배를 그리고 싶다고 했지. 지금처럼 앞서 걸어가 주라. 꿈..희망... 용기를 ..
너희는 내 운명 2010.12.31. 슈테른과 엉클 지금처럼만 신나게 놀아줘. 너희는 내 운명처럼 곁에서 늘 이렇게 즐거운 자극이 되어 줘. 그냥 웃고 떠들고 사랑하고 마시다 읽고 쓰고 춤추면서 살아주라. 나도 따라 박수치고 응원하고 함께 웃고 울고 떠들고 마시고 춤출게. 마음의 문이 슬그머니 잠기고 있을 무렵이었던 거 같아. 너희 둘 덕분에 살았어. 많은 자극이 되더라. 또 잠잠해지다가 어느새 철든 척 하는 날 보게 되면 놀 궁리를 해줘. 다시 날 초대해줘. 하루 이틀 그렇게 살면서 징그럽게 철들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로 함께 늙어주라. 슈테른과 엉클이 홍대의 작은 카페에서 기타와 드럼을 연주했다. 많은 친구들의 축하 속에 흥겨운 무대를 마쳤다. 그들은 예뻤고 행복해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올 나잇 파티가 ..
ROCK 십년만 젊었어도 데쉬했을텐데. 스무살 때 나의 이상형을 이제야 만나다니. 하기야..나 스물때 넌 열살이었겠구나. 또 모르지.. 당시 나의 심미안으로 너의 미래를 알아봤을지도. 후훗. 직접 도안했다는 '꽃'을 형상한 오른 목덜미의 타투는 널 기억하는데 아주 요긴하겠다. 또 만나게 되면 좋겠다. 록. 2010.12. 공간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