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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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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2009. 퀵아저씨에서 게이커플까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던 날, 퀵 아저씨가 장판같이 두껍운 우비를 걸치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땅이 꺼질듯 거친 한숨을 내뱉고는 그가 말했다. “오늘 또 한명 갔어. 젠장. 아 진짜 조심히 좀 다니라니까. ” 누군가 빗길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긴가 보다.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빗길인데 조심하세요.” 라고 겨우 소리 내었다. 단편영화 에는 길가에 서서 우유와 빵조각을 입 안에 쑤셔 넣는 걸로 끼니를 대신하고 급하게 다음 배달 장소로 떠나는 퀵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하필 이때 오토바이가 멈춰 선다. 다른 방도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탄다. 하지만 이미 늦을 대로 늦은 뒤. 이게 얼마나 중..
PIFF2009. 편안한 사이 Comfortable Distance 눈을 뜨고 감는 것만 제 의지로 가능한 남편. 아픈 그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아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부부의 하루하루는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회색빛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의 친구였던 그와 점심을 약속했다. 이내 즐거운 말동무가 된 두 사람은 조금씩 한 낮의 짧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어둑한 일상에 붉은 감정이 들어선 순간. 문득, 아내는 집을 나서며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뿔뿔이 흩어져버린 줄만 알았던 설렘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그날, 아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요 며칠은 내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어요. “ 라고 입을 열었고.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함께 느꼈을 그는. “당신 남편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봐요. 아마도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