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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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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FF2009. 편안한 사이 Comfortable Distance 눈을 뜨고 감는 것만 제 의지로 가능한 남편. 아픈 그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아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부부의 하루하루는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회색빛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의 친구였던 그와 점심을 약속했다. 이내 즐거운 말동무가 된 두 사람은 조금씩 한 낮의 짧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어둑한 일상에 붉은 감정이 들어선 순간. 문득, 아내는 집을 나서며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뿔뿔이 흩어져버린 줄만 알았던 설렘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그날, 아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요 며칠은 내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어요. “ 라고 입을 열었고.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함께 느꼈을 그는. “당신 남편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봐요. 아마도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사랑, 그 후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 이 영화를 꼭 함께 보고싶었던 그와 어렵게 시간을 맞췄다. 그 사이 가까운 극장들에서 상영이 종료된 탓에 낯선 길을 찾아 헤맸다. 간신히 스크린과 마주한 나는 차마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놓지 못한 채 그대로 그렇게 2시간을 보냈다. 영화는 당신이 내 곁을 떠난다면, 이라는 슬픈 가정을 안긴다. 사랑은 언제나 진행형이라 믿었던 나에게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는 불가피한 사실을 꾸역꾸역 받아들이는 건 힘이 들었다. 어느 순간 어렴풋이 가늠하는 미래의 어느 날, 쓸쓸히 주위를 맴돌 남은 옷가지와 신발 사진과 같은 당신의 잔 흔적의 이미지를 하나 둘 불러모으고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늙는 다는 건 특별하게 주어진 행운이다. 다시 얘기하면 당신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고 밥을 차리고 청소기를 돌리는 건 특별한 행복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