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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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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김의 법칙, 무엇을 끌어당긴 걸까 오늘 아침은 런던 언제나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일기도 쓰고 꿈도 적고 마음도 살피고 사랑하는 런던의 사진도 꺼내본, 그런 애틋한 아침이었다. 나에게 특별한 런던을 그리워하며 사진을 뒤적뒤적 꺼내보는 습관은 그 시절 예뻤던 나와 인사를 나누는 의식이나 다름없어서,, 유난하게 설레는 시간이었는데... 애틋함을 뒤로하고, 아이들 아침밥을 가지런히 준비했다. 디저트로 황도를 아끼는 샴페인볼에 챙겨주니 루다는 우와!! 엄마 예쁘다,라고, 반응해 주었다. 한젤이는, 환경을 생각해야지. 예쁘지만 설거지 거리가 두 개 나오잖아라고 말하더라. 오호! 우리 아들 학교에서 잘 배웠네 토닥토닥 해 주면서 한술 두 술 뜨는 거 지켜봤다.. 야무지게 아침밥 먹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 날들도 없었구나 싶어서 꿀 떨어지는 엄마 모드였..
지워진 런던 .그리고 사랑하는 런던의 익숙한 풍경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2003. London 오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적게 먹고 살을 빼는 확실한 방법 외에도 시골로 이사해야 하고, 회사 일을 집으로 갖고 오지 말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반려동물을 들이고, 휴식하는 법을 배우고, 현재만 생각하고, 웃고, 음악을 듣고, 하루에 예닐곱 시간을 자야한다. 장수하는 조부모와 부모를 두는 축복을 받아야 한다(수명의 35 퍼센트는 유전적 요인으로 결정된다), 결혼을 하고, 많은 아이를 낳고, 어머니와 가깝게 지내고, 자식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손자들을 돌봐야 한다. 교육을 잘 받고, 뇌를 자극하고, 새로운 일을 배워야 한다.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화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발산하고, 언제나 옳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담배를 피우면 ..
다른 여행 2003. London 언젠가 읽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방법’에서 비싼 돈 들여 해외여행을 하는 문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보자던 구절이 기억난다. 내게도 있을 여러 허영 중에 으뜸이 해외여행의 로망이기도 하니까 책을 읽던 당시 많은 공감을 했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건 사실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큰돈이 드는 일도 아니다. 지난 한달 여 동안 재활용센터의 구석구석을 사진 찍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바로 여기가 삶 중에 방문한 하나의 여행지 일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새로운 공간과 친숙해 지는 것. 폐지를 모아 건네는 식으로 그 세상에 참여하게 되는 것. 이 여행으로 몰랐던 당신들의 생활 속에 내 생활이 묻고 번지고 하면서.. 좀 더 풍성해 진다는 건(..
또 런던의 그 거리 2006.9 London 또 런던의 그 거리. 익숙한 듯 낯선 길 한복판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 잊지 않은 그 번호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건다. 꿈속에서 이미 꿈이란 사실을 인지한 나는 놀란다. 어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처럼 또렷이 기억할 수 있을까. 신호음 대신 친구의 밝고 장난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겨놓은 듯하다. 괜스레 맥이 빠진 느낌으로 스르르..눈을 뜬다. 연휴 때 읽으려고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을 빌려온 터. 런던의 꿈을 꾼 건 그래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 런던은 첫사랑처럼 내게 여행에의 사랑을 움트게 한 첫 도시니까. 긴 연휴를 앞두고 예전 같음 자유로운 여행을 계획했을 텐데,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어떤 부질없는 미련에 아마도 꿈에서나마 훌쩍 ..
London 런던은 수많은 컬러의 사람들이 하나의 질서 안에서 관계 맺고 사는 모습이 매력적인 도시다. 다채로운 삶의 패턴들, 다양한 인종과 풍부한 문화생활을 아무 제약 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런던은 살고 싶은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이 돼 주었다. 가슴이 아련해지는가을 무렵엔 여지없이 런던, 그 거리를 걷는 꿈을 꾸곤 한다.
Mouse 2006.9.7. London 매일이 그렇지만 유독 복잡한 머리를 쥐고 출근하던 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골똘히 걷다가 무심히 시선을 돌린 왼쪽 길가에서 죽은 쥐를 보았다. 쥐의 눈알만한 새까만 파리 두어 마리가 그 주위를 사납게 날고 있었고 회색 쥐는 정말... 쥐.. 처럼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순간 소리치며 내달려 도망가면서 봤던 장면을 잊기 위해 얼굴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쥐가 뭐길래... 이리 야단일까 싶으면서도 아침부터 머릿속에 가득 찬 한 생각을 버려내라는 경고 같다고도 느껴졌다. 이렇게라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저 재수 없는 하루가 될 테니. 아쉬워도... 멈추지 못해 뒤엉켜버린 망상을 놔버리기로 했다.
17살 인생 최고의 선물은? <언 애듀케이션> 제니(캐리 멀리건)의 나이는 17살. 한국나이로 치면 18살쯤. 그때 난 즉석떡볶이, 스티커사진, 브래드피트, 스크린, 로드쇼 같은 것에 빠져 살았다. 가끔 일탈을 꿈꿀 때도 있었지만 기껏 점심시간에 학교 담을 넘어 친구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명동에 나가 핸드폰 줄을 사오는 걸로 만족하곤 했다. 제니처럼 친구들과 러시아제 담배를 나눠 태우며 파리의 환상을 노닥거리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때 난 남자가 뭔지도 몰랐고, 책을 나눠읽을 이성 친구 하나 없었다. 헌데 제니는 진짜 남자 데이빗(피터 사스가드)과 대화도 나누고 데이트 날을 잡고 예쁘게 치장하고 꿈같은 파리 여행도 떠난다. 아 물론, 첫날밤 아닌 첫날밤도 함께 보낸다. 이 모든 게 너무너무 부러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