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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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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_angel 2011.1.15. 간만에 우리 둘이 함께 외출한 날이었다. 어깨가 빠지기 직전까지 널 안았다. 태어나고 줄곧 이날까지 우린 떨어져 살았다. 종일 같이 물고 빨고 뒹굴며 아기와 함께 사는 엄마들은 내 사정 얘길 들으면 대게 놀라며 묻는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헌데 정말이지 그건 가능했다. 내 시간, 내 공부, 내 공간... 사방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놓고 사는데 불만이래 봤자 가끔 미치게 보고 싶은 그리움 정도 밖에 더 있을까.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이제 우린 만나면 좋아 죽어 양 볼에 침이 잔뜩 묻히며 뽀뽀하는 간절한 사이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 앞으론 함께 산다. 시작은 3월이다.
푸아푸아 내리는 비 무등산에 올라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내려오는 길. 금세 하늘이 캄캄해 지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아직 말을 떼기 전인 아기는 조잘대던 일을 멈춘 채, 창밖의 큰 비에 신경을 쏟는다. 아기도 나처럼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어떤 비든 반가워하며 우산도 접은 채 함께 내달리기도 하고 고인 물에 발을 담가 첨벙거리고도 싶다. 한젤아 비가 어떻게 내려요? 주루주룩 내려요? 줄줄줄 조로록조로록 내려요? 나의 질문에 아기가 대답한다. "푸아푸아"
우리뿐인 바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난생 처음 바다를 본 한젤이는 어리둥절해하며 파도소리를 바다를 모래를 유심히 보고 들었다. 작은 두 손에 고운 모래를 가득 움켜쥐거나 널려있는 하얀 조개껍질로 흙을 파내는 한젤이와 함께 그리 놀았다. 오랫만에 동심을 맛본 하루. 인적 드믄 영광의 바닷가에서 어린이날을 오롯이 우리끼리만 기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