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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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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위한 시작 11월 1일, 퇴사 9일차 총 18년의 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는다. 그간 갇힌 채로 돌보지 못한 마음과 몸을 위로한다. 대체로 열정적인 무드로 기꺼이 일했지만, 간절한 나다운 열정은 아니었을 터. 실제 나를 끌어당긴 힘은 무력감이지 않았을까. 월급이란 보상으로 무감각하길 반복한건 아닐까. 종종 출연하는 몸의 증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심드렁하게 대우했다. 월요병부터 공황장애까지, 때로 불면증과 이면증도. 가장 우선에 회사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몸과 마음이 되도록,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고갈될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에 공들였다. 퇴사 첫 날 아이가 아파 같이 있어주는데 그 순간 날 건드린 감정은 슬픔이었다. 이토록 쉽고 당연한 일이 왜 어려웠을까. 아이들 밥을 정성껏 내어 주고 눈을 맞추고 하루 중의..
에세이라는 막막함 에세이, 수필의 다른 말. 수필,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 오래오래 전부터 꾸준히 여행 에세이를 챙겨 읽은 독자로서 어떤 에세이를 좋은 에세이라 부르냐고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 앞에서 막막하다. 이제껏 여행하는 것에 아깜이 없었고, 여행할 때면 어김없이 한 손엔 여행 에세이를 챙긴 독자로 어려운 질문도 아닐텐데... 이토록 막막하다니.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를 떠올려 본다. 여행지에서의 말랑말랑한 감성만을 풀어 놓은 책에는 사실 별 흥미가 없다. 여행지에 대한 배경 지식과 문화, 현재의 도시 풍경과 로컬들의 사는 모습을 꿰뚫는 통찰력을 가졌을 때야 만족한다. 스스로의 감상 또한 일차원 적인 느낌에 한하기보다, 내면 깊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