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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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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오후 2011. 5. 경복궁 역 허둥지둥 버스정류장으로 달린다. 매일 반복되는 조바심. 토끼반 선생님이 퇴근하는 6시가 되면 아기는 당직 선생님이 계신 1층으로 이동한다. 낯선 공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울기 시작한 아기가 품에 안겨서까지 한참을 흐느끼는 게 안타까워 서두르는 오후는 일상이 됐다. 길가 사람들 팔꿈치를 툭툭 쳐가며 냅다 뛰는데, 문득 깍지 낀 두 손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자의 손이다. 그것도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두 분의. 오랫만에 아름다운 장면이 눈 앞에 있다. 애기 좀 울더라도, 늦자고 마음 먹고 뒤따르기로 한다. 삐뚤빼뚤 따라 걸으며 우정과 사랑이 범벅됐을 당신의 추억을 상상해본다. 붐비는 인도를 지나 좁다란 시장 초입에서 방향을 틀어 간판 없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신 두 분의 뒷모습이 ..
자유의 본질 _ 리영희 2010. 9. 할머니 자기 자신에게 규율을 가하고, 그 규율이 자기 삶에 의미 있는 규율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것에 따름으로써 보다 승화된 삶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유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남이 준 것으로 인해 자유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오히려 자기에게 제약과 규율을 가하는 속에서 그것이 보다 더 의미 있고 높은 정신성으로 자신을 승화시킨다는 진리를 터득했어요. '대화' 중에서
소녀닮은 할머니 모두가 날 '할머니'라 부를 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 템즈강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샌드위치를 나눠먹으며 수다를 나누는 저 백발의 할머니들에게 내 미래의 모습을 포개본다. 치장하지 않고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저 평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