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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하루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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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댄서 나는 은연중에 숱하게 본 영화 속의 삶을 내 삶의 리듬과 혼동하며 살았다. 연애가 막 불붙기 시작하는 순간처럼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영화 평론가 김영진의 책 에 나오는 이 구절은 17년 된 내 블로그 소개글이다. 만들 때 적어 놓고 지금까지 그대로 두었다. 영화 속의 삶을 내 삶의 리듬과 혼동하며 살았다. 연애가 막 불붙기 시작하는 순간을 쫓다가 불충분해 지곤 했다. 어쩐지 뭉근한 일상을 반복하는 요즘 문득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알아챌 때, 비 내린 다음 하늘이 수줍게 맑아올 때 같은. 아무 의미가 없을 텐데 굳이 인생의 의미 같다고 생각하면서 작게 기뻐서 혼자 웃었다. 나의 초록댄서스튜디오 🔖 마리메꼬 오마주백 🔖 꽃들의 작은 지갑, pink
만년필로 글쓰기, 몰입의 기쁨 오늘은 종일 한 자리에 앉아 읽고 썼다. 파이롯트와 컴포지션스튜디오가 함께하는 만년필 글쓰기 클럽을 하고 있다. 이번 주제가 “어린 시절의 엉뚱한 일”이었다.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웠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피아니스트가 꿈인 엄마가 등장했다. 자신의 못 이룬 꿈을 딸에게 투영하고 기대했을 엄마 마음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적혔다. 엄마는 늘 엄마 그대로인데 나는 상황과 감정마다 엄마를 피곤해도 하고 그리워도 하는 딸이었구나. 외롭고 아프고 복잡했을 젊은 엄마는 일기를 쓰고 기도를 했는데, 지금의 내가 그 엄마를 똑같이 닮았구나. 내가 엄마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결국 내 미래의 모습이겠구나. 엄마가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운 내가, 엄마가 지혜롭다면 지혜로운 내가 되겠구나. 엄마가 나구나. 엄마 사랑이 고파서 ..
빛과 빚 울 아빠가 여든 살이 된다. 엄빠 집에 들러 모시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로 한 날이다. 엄빠는 이미 코트까지 걸치고 섰는데 약속 2시간 30분 전이다. 엄마, 지금 출발하면 일러. 조금 천천히 나서자. 그래 알았어. 아침은 먹었니? 순식간에 된장국과 두 종류의 폭 익은 김치와 콩자반과 구운 김과 양념장이 차려진다. 뭐 줄 게 없네. 엄마 충분해. 진짜 맛있어. 엄빠는 거의 뛰어다니면서 반찬을 꺼내고 생강차를 타주고 따뜻한 물을 내주고 …. 아, 시간을 거스를 수 있구나. 과거 그대로를 경험하는 신비 체험 같다. 이만큼 고맙게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아빠 내 마음에 아빠는 60살 정도 같아. 근데 벌써 80이 되셨어요. 그러게 말이다. 아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중에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