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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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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여행, 흔들린 시간 세 번째 교토여행 세 번째 교토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와 오키나와를 합치면 우리 제주만큼 자주 들르는 일본. 이곳 특유의 디테일에 감동하게 되고, 입맛의 음식을 가볍게 두루두루 맛볼 수 있으니 여행지로는 정말 취향의 나라다. 극진한 정성이 시스템이 된 나라 이곳 이자카야에서는 저마다 개성의 규칙과 배려를 알아채는 일이 즐겁다.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는 수고로움이나, 주문이 한참 밀려있지 싶어도 나를 위한 생오이와 생가지를 그 자리에서 썰어 묻혀주고 구워주는 '정직한 태도'에 늘 감동한다. 허름해 보여도 깔끔한 온기가 더해진 화장실 문화는 이곳으로 날 이끄는 결정적인 힘이다. 극진한 정성이 시스템이 된 나라에서 나는 꽤 쾌적한 리듬 속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웃음기 없는..
굴업도백패킹, 핸드폰 화장실 전기 없이 전부 가질 수 있는 경험 굴업도 백패킹이 버킷 중 하나지만 어디서 얼마나 배를 타야 닿을지 몰랐다. 유난히 붉게 뽐을 내는 새벽 하늘에 감탄하면서 아무튼 출발. 직감이 늘 나은 선택이라 믿는 내가 작은 텐트 하나를 챙겼는데 이 무모한 여행이 용감히 비상하는데 결정적이었다. 목베개를 안고 여행을 다녔던 나란 사람이 새롭게 다시 번지는 시절이라면 (이거슨 요즘 나의 화두) 다른 공식을 취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짐을 내려놨다. 당일 아침 단촐한 네 짐과 비교해 여전히 과한 여벌 옷과 에프엠투 필카와 화장품 비상약 파우치 절반을 한번 더 덜었다. 비가 온데, 비가 오면 어뜩해. 비가 오면 맞아야지. 뭐가 걱정돼? 감기 걸릴까봐? 아니, 감기는 백번도 걸릴 수 있는데 꿉꿉하니까. 나 비옷 하나만 살게. 결국 짐이 될 비옷을 챙긴 뒤에 비..
가을에 떠난 부산, 모티 사장님 추천한 영도 list. 매년 이맘때 부산으로 향하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를 보는 게 일이던 날들.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을 누구보다 먼저 볼 수 있는 게 가장 신났다. 다르덴 형제와 켄로치의 영화 속을 걸었다. 그들 영화로 먼 세계의 낯선 삶을 겪으면 가슴이 저리고 아팠다. 일하는 영화인으로는 애송이였지만 영화인들 가슴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내게 특별한 ‘부산의 가을’을 다시 찾았다. 밤기차에서 내려 역 앞의 차이나타운을 돌다가 신발원 앞에 늘어선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려다 말았다. 위스키 한잔을 하려고 구글앱에 검색하니 ‘여기다’ 싶은, 모티 mottie 를 발견했다. 부산역 근처 내가 선 곳에서 700m 라고 해서 호기롭게 걷다가 가파른 골목에게 놀랐다. 나는 부산이 이토록 가파른 도시라는 걸 처음 안다. 이..
바닷마을 다이어리, 여름 제주 바닷마을 다이어리, 라고 이름 붙이고 기다린 내내 설렜던 여름 여행. 집 앞바다가 아들들과 놀아주고 파도쳐주고 윤슬 반짝여준. 여행 내내 음식 내어주고 방문 열어준 법환동 섬마을 친구들의 바다만큼 큰 환대 속에서 오순도순 연결돼 살가운 챙김을 받은. 매일 어둠으로 소멸하는 밤 앞에서 ‘다시’ 오늘이야, 시작이야, 정신을 똑띠 차리고 맞이한 아침 대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흐르는 시간이 유연한 춤처럼 리듬이고 숨이었던. 이 경험은 오랜 기억이 될 거라고 알아챘다. 처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걸 감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너머의 무엇이든 흐르렴 하는 긍정의 마음이었다. 섬의 친구와 바다 바람 파도 비 그리고 아들의 닮고 싶은 동심이 용기가 되었다.
보통날의 여행 #1. 제주도 서귀포 북카페와 맛집과 숙소, '알맞은 시간'에 '괜찮은 부엌'에서 내 생의 가장 부자인 나날이다. 시간을 이끄는 자의 위엄을 산다.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내 브랜드를 런칭하고 최고 중에 최고로 꼽는 건 바로 이 ‘시간’이다. 돈의 속성 김승호 작가도 자기 사업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어쩌면 유일한 직업일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 곳이 어디든,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니 평일, 보통날에 훌쩍 제주로 날았다. 티겟이 저렴했고 런칭한 하이그루 브랜드의 첫 프로모션의 결과지를 받아 안았으니 웅얼거리는 마음에게 귀 기울이고 싶었고 기발한 뇌는 무용한 시간 안에서 문득, 출현하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딱히 제주까지 갈 필요가 없었으나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는 너무나 결정적이었다. 생에 첫 예산을 설정하고 여행을 떠났다. 놀랍지 ..
23 여름 새벽의 기록 정말 오랜만에 좋아하는 새벽에 눈이 떠졌다. am 4: 30. 취침 시간이 뒤로 밀리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허덕여지는 게 아팠는데 오늘은 눈을 뜬 순간부터 좋구나. 알람 소리로 아침을 맞는 게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라는 걸, 어제, 1시간 가까이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아예 지울 때까지의 소란과 피로에 대해 떠올린다. 싫어하는 걸 잘 아는 사람, 이다. 싫은 것을 다른 의미로 되새김질해야 하구나, 생각한다. 무엇이 싫어서 무엇을 바란, “나는 000 하고 싶다, 나는 000 바란다” 같은 기도의 마음을 외고 적고 살핀지 긴 세월이 흘렀다. 숭고한 바람이 나쁠리 없다 믿고 산 세월인데 이제야 불충분한 갈망들이 무의식이 되도록 노력한 셈이지 않나, 묻게 된다. "이대로 충분하고 매 순간이 성장이다..
제주도 여행 혼자서 애월 하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제주 가파른 골목 너머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심정으로 살았다. 하루가 저물길 바라고 다시 시작된 하루에 안도하면서 이대로 삶이 끝나도 충분하지 했다가 잘 살고 싶다고 노래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어 걷고 숨 쉬고 일기를 썼다. 날 적은 시간이 보살핌의 전부라는 걸 알아채고 쓰기를 멈추지 않은 것에 고마웠다. 직장인이 된 후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찬 증상이 종종 나타났지만, 비행기에서 내려야겠다고 짐을 들고 뛰쳐 나오긴 처음이었다.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 몸의 증상, 어쩌면 마음의 병, 뇌의 이상 뭐가 됐든 이상하지 않은 아무튼 그것들이 통제가 안 됐고,, 당황스럽고 아팠다. 같은 비행기 탑승자들은 영문을 모른 체 대기 중이라,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요동치는 그 순간에도 아..
치앙마이 여행 중에 알게 된 여행의 이유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운 날 사랑하는 일, 세상에 기여하는 일 내가 매일 반복하는 생각이 결국 나다. 이 사실을 알고 부터 두서없이 시끄럽게 떠드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끼어들곤 한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오늘 여행은 작은 결정들이 번복되는 연속이었다. 여행지의 새벽을 특별히 좋아하는 내가 새벽 산책길에 카메라 배터리를 잊고 출발했으니 자책했다. 추가 체크인을 현금으로 결제했다가 와로롯 시장에서 쇼핑을 제대로 하느라 남은 일정 버틸 현금이 부족할 것이 우려돼 데스크로 가 체크인을 카드로 다시 하겠다고 사정했다. 두루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 번복될 때 쉽게 자책하고 또 쉽게 깨닫는다.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