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일년마다 (3)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대로 괜찮은 생일날 화창한 날 정오 지나서태어났단다셋째 딸이라 서운했는지 아버지께선 병실에들어왔다 얼굴만 보고바로퇴장 방문객들은콧날이 오똑하고예쁘다고 이름까지지어줬단다 혜미라고두 아들엄마가 됐으니감개무량하네건강하고 화목하고행복하거라(사랑)(하트장식)울 엄마에게 백번쯤 들은 나 태어난 날 이야기 〰️아빠에게 직접 들은 얘긴 조금 다르다. 내가 복덩이라서 승진 시험에 합격했다고, 아빠는 딸 아들을 구별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진실은 모른다. 다만 내가 딸이라서 서운한 건 엄마였을지도 모른다고 새로 짐작할 뿐.그냥 지나치려다가 아들들과 조촐하게 자축. 내돈내산 조각케이크와 미역국 끓여 냈는데 아들들 엄청 잘 먹을 뿐만 아니라 우아까지 포함시킨다고 왁자지껄 흥겹다. 이대로 충분히 괜찮다. 이걸 머리로 알고 때때로 느끼는 편인데 보다.. 아들과 엄마 그리고 나 루다가 제주로 가고 루다가 머문 곳마다 헝클어지던 공간이 그대로를 유지한다. 루다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와도 쫄리지 않고 느긋이 할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밥을 두 끼 차리다가 한 끼 차리는 건 왜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지. 젤이랑 둘이서 소곤소곤 얘기하니까 좋고, 젤이가 신발 사러 가자는데 데이트 신청받은 것처럼 설렌다. 루다가 너무 보고 싶다. 이 정도로 사랑했나 싶게 보고 싶어서 반성하게 된다. 아이의 발목을 잡고 있었나, 아이의 등 뒤에 업혀 있었나, 아이가 날 위해 베푼 무조건 적인 사랑이 새삼 크구나. 애가 이틀 만에 발목을 삐고 삔 곳을 또 삐었단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 거기 있어? 신호를 보내는 건 아닌가. 내 불안이 아이에게로 흐른 건 아닌가. 좋아, 이 불.. 2024년 44살 되고 27살 산다 (-17) 올해 44살이 된다. 작년 나라에서 발표한 중위(중간위치) 나이가 45살이란다. 30년 전에는 28살이었으니, 그 사이 평균 수명이 17년 늘어난 셈이다. 이 기준으로 나는 올해 27살. 마음의 소란과 작별하기로 나에게는 나이도 계절도 날씨도 미세먼지도 코로나도 일상을 흔드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게 무심하게 구는 건 잘하는 편이니. 대신 마음의 소란한 말들을 따르는 오랜 습관이 있다. 마음에게 복종적인 삶이었달까. 올해는 정든 소란과 작별하기로. 27살 나는, 첫 직장을 떠나 영화사로 일자리를 옮겼는데 인생 마지막이 될 중차대한 결정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다. 서른도 전에 마지막을 운운했다니 우습지만, 당시만 해도 20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런 지난 양..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