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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공감능력

2. 17 <혜화,동> 개봉

영화 <혜화,동>의 VIP 시사회 중 영화가 급작스럽게 멈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누구보다 감독님 얼굴이  빳빳이 굳었다. 하드의 돌발 에러라고 극장 측은 설명했고, 임시 하드로 교체해 프로그램을 재부팅해야 하는데 상영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기계적인 문제라니. 어떻게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서서 기다리는 수 밖엔 없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흘렀을까. 김조광수 대표님이 '아무 설명 없이 앉아 계시게 하는 건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뭐라도 해봐.' 라고 하셨다가 '해주세요. '라는 부탁에 떠밀려 스크린 앞으로 뛰어 나가셨다. 그의 위트있는 말솜씨로 경직된 객석의 분위기가 슬며시 녹아내려 다행이었다. 최종적으로 완성된 영화의 데이터를 극장으로 보낸 역할자로서 마치 나의 죄인양 심장이 요동쳤다. 지금 이 순간... 난 뭘 할 수 있을까. 

결국 영화는 상영되지 못했다. 주인공 유다인씨의 눈물 흘리는 뒷 모습을 바라보기엔 안타깝게도 이날은 다인씨의 생일이었다. 영화배우 박중훈님이 심피디님 곁에 성큼 다가서 피디님의 두 손을 꼭 잡으시곤,
 “화난 거 아닙니다. 우리 다 화난 게 아니에요. 모두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하고 있어요. 안타까운 겁니다. 죄송해 마시고, 반 밖에 못 봤지만 영화가 너무 좋네요. 못 본 뒷부분은 극장가서 꼭 볼게요. 힘내세요.”

옆에서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위로란 이런 거구나. 내 나이 마흔 쯤 일때, 이런 상황에 닥쳤다면 어떻게 했을까. 제대로 나이 먹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긴장하게 된다. 마음 다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나도 같은 마음입니다. 라고 얘기 할 수 있는, 마치 나의 일처럼 한 걸음에 무대로 뛰어올라 얼어 붙은 타인의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있는 대인배의 자세를 오늘 배웠다.

PS. 난... 겨우 이번 해프닝이 혹 좋은 징조는 아닐까 희망하고 있었다. 에이 울지 마세요. 기분 푸세요. 슬퍼 마세요. 잘 되려나 봐요. 이렇게 긍정의 미소를 보이고 싶었다. 딴에 위로라고 감독님과 피디님에게... '잘 되려나 봐요.' 뱉자 그 말은 곧 공허하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공감 능력이 부재한 탓이다. 어쩌면 내 영화가 아니기에 이토록 쉬운 긍정으로 사태의 본질을 흐릴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후회가 남는다. 안타까움을 진심으로 나누는 것.  슬픔을 포옹 하는 것. 공감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하게 드나든다.




** 영화 <혜화,동>은 2월 17일 개봉한다. 영화 정말 좋더라. 꼭 보시길.
개봉관은, CGV무비꼴라쥬관(강변/상암/구로/대학로/압구정,/리), 롯데시네마 아르떼관(건대입구/라페스타/청주), 씨너스 이수/ 이채를 비롯해, 시네마 상상마당, KU씨네마테크(건국대학교 예술문화대 내), 지역 상영관으론 광주극장, 대구동성아트홀, 대전아트시네마, 부산국도가람예술관,부산아트시어터씨앤씨,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강릉영상미디어센터, 영화공간주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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