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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그림자 같은 미래

Alfred Stieglitz

달팽이 사진관 막바지. 약 2달여 시간의 결과물로 우리들의 사진이 담긴 작은 책 한권을 만든다.  고민이 많았지만 일단 시작해 보자며 내 사진의 주인공인 그녀와 인사를 나누고 말을 섞었다. 이 과정은 예상보다 넘치는 고민과 질문을 주었다. 느끼는 감정도 복잡했다. 어느 날은 하늘을 날 듯 기쁘다가도 다음날엔 자괴감에 빠지는 식이었다.

사진을 도구로 생전 처음 소통하기, 관계맺기를 시작한 난 스스로에게 얼마만큼 너그러워져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다만 마음이 원해서 따라가고 있을 뿐... 앞으로 가고자 하는 길과 미래의 내 모습을 그려보지만 그림자만큼이나 어둡다.

급히 적어내린 이 글 안에 어렴풋 빛이 있을까.   

사진.. 그렇게 하고 싶음 내 카메라 써. 사놓고 모셔만 둘 바엔 네게 주는 게 낫겠다며 성능 좋은 카메라를 멀리 영국의 친구가 다치지 않도록 꽁꽁 포장해 보내왔었다. 사진 찍으면서 그 친구 생각을 했다. 언젠가 마음에 쏙 드는 사진을 찍게 되거든 제일 먼저 보여줘야지. 갖고 싶어 할 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 보내줘야지.

그래서 시작한 사진은.. 생에 처음으로 조리개를 열고 닫고 셔터 스피드를 조절해 적정 노출의 개념을 학습하는 걸로 시작됐다. 오늘 낮, 경복궁역 쪽으로 할머니를 만나 뵈러 가는 길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오랜만에 들리는 심장소리에 놀라고 말았다. 가슴을 치는 이 소리가 사진을 찍게 된다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이른 성취감 때문인지, 오늘은 좀 더 많은 얘길 나누고 싶다는 외로운 심정의 동요인지, 어쩌면 '관계맺기'의 참 맛인지 알 수 없지만... 할머니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쭉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급하게 부푼 마음은 쉬이 터지기 마련이기에 이른 다짐 따윈 하지 말자며 도리질 쳤다. 앞으로 삶에 오늘과 같은 고민과 마음가짐이 계속된다면 좋겠다. 2010년의 마무리를 사진과 함께 하고 싶다.

7월에는 이상엽 작가의 수업을 듣고 8월에 성남훈 작가님과 티벳에 가게 된다면 꿈이 이뤄지는 거나 다름없겠고 9월에 부산에서 열릴 임종진 선생님의 사진전에 간다. 10월에 부산영화제에 가거든 영화와 바다와 소주에 보태어 사진도 즐기게 되겠지. 연말에 아름아름 모여 조촐한 전시회를 하나 해보는 걸로 올해가 마무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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