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그리고...십 수년의 세월 후에 만나는 드디어 사랑하는 남자 린과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이 완전한 사랑의 쟁취라고 믿었건만 사랑은 잡히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방황한다. 그렇게 소설은 사랑은 소유할 수 없는 것임을 시간의 유유한 흐름 속에서 조용히 일깨워준다. 나는 이 소설의 엔딩이 슬펐다.
S2.
나는 여전히 사랑에는 정교하게 반응하지만, 결혼과 현실에는 무관심한 척 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랑이 결혼으로 인해 현실이 된다면 순식간에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아서 애써 멀리하려는 듯. 미성숙한 나는…사랑을 짊어 질 현실의 무게가 벌써부터 무겁다.
S3.
몇 년 만인지 모르게 온 가족이 극장을 찾았다. 극장을 찾은 우리 가족이 쪼르르 앉았다. 내 옆에 엄마가, 그 옆으로 큰언니 작은언니 형부 아빠가 앉았다. 엄마랑 아빠가 나란히 앉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순간 나는 꼬부랑 할머니가 돼서도 내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꼭 잡고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사이 사이에 자식들이, 자식의 짝꿍이 앉아있지 않아야 한다고 말이다.
책과, 영화 그리고 친구의 소식을 접하며 과연 내가 추구하는 사랑은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너무나 뜨거웠었고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었으며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지 못해 항복했던 지난 기억들이 스쳐간다. 언제고 다시 시작 될 사랑은 마냥 뜨거워도 두려울 것이고, 적당한 찬바람이 불어도 불안하겠지. 언제쯤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 이해할 때도 되지 않았나.
지난 밤 적어 놓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점점 닮아간다면…어떤 모습일까. 꽤 괜찮은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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