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ique and Feeling
"어떤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대상에 대한 존중없이 서둘러 일을 끝내면 사진 안에 거리감과 냉담함이 그대로 실린다. 당신이 대상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한다면 이미지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
하루 동안 종로를 걸었다. 정확히 하루 중 5시간동안 광화문에서 종각, 낙원동의 낙원상가, 탑골공원, 세운상가 등을 걸으며 보았고, 가끔 사진을 찍었다. 서울사진축제의 ‘서울 같지 않은 서울’ 서울 길 걸으며 사진찍기 워크샵에 참여한 탓이다. 사진가와 함께 서울길을 걸을 수 있단 매력 뿐 아니더라도, 죽었다 깨도 혼자는 코앞의 종로 길을 다섯 시간 동안 걷지 않을 나 자신을 잘 알아 기회를 놓치지 말자며 서둘러 신청했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지는 기분으로 사람들을 쫓아 걸었다. 따뜻이 입었는데도 너무 추웠고, 특히 발이 많이 시렸다. 발가락을 피아노 치듯 튕겨 봐도 온기가 날 만큼 열이 나진 않았고, 발가락 아래 십원 짜리 동전을 넣어두면 괜찮다는 팁을 얻긴 했지만 마침 동전도 하나 없었다. 그래도 계속 걷고 보았다. 나의 시선과 사진 찍기가 혹 흥미의 대상을 관찰하고 가져오는 가벼운 행위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풍경과 사람들에게서 나와 다름을 발견하기보다 같음을 보기 위해 애썼고, 그렇게 느껴본 서울의 종로는 참 인간적인 곳이구나 싶었다. 종로에 감탄하게 되는 진짜 이유는 언뜻 이국적인 낙후된 풍경 때문이 아니라, 이토록 다양한 모습의 삶의 가지수를 바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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