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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Karsh, Hemingway

Karsh 의 Hemingway

Ernest Hemingway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의 사진 앞에 한참을.. 아주 한참을 머물렀다. 증명사진과 견줄 만큼의 정면성을 띄어 심심하게도 보이는, 인물사진의 흔한 프레이밍을 선택한 이 사진은 놀랍게도 여러 상상을 불러온다.

우선, 그의 당시 나이가 어림잡아 가늠된다. 얼추 큼지막한 몸집과 건장한 체격의 무게감도 느껴진다. 온 뺨과 턱을 뒤덮은 덥수룩한 수염과 포근한 터틀넥 스웨터 덕분에 이 앵글이 가진 경직은 순화되지만 살짝 치켜 떠 무표정하게 허공을 향한 눈동자는 어쩌면 이 사람의 겸연쩍음 혹은 부끄러움을 내보이는 것만 같다. 굳게 다문 입술과 굵게 페인 이마 주름이 어울릴법한 단단한 눈맞춤이 아니다. 어쩌면 아마도 그는 수줍음이 많았던 노인이었으리.  

찰나. 바로 이것이 사진이 가진 최대 매력이다. 그렇다. 사진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을 담아야 마땅하다.

"잠시 잠깐의 순간에 인간의 영혼과 마음이 그들의 눈에, 그들의 손에, 그들의 태도에 나타난다. 이 순간이 기록의 순간이다. " - Karsh

찍혀보면 찍는 자의 올바른 자세를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다. 적어도 근래 내가 깨닫게 된 건, 찍는 사람은 피사체를 통해 요구하지 않아야 한단 거다. 어떤 장면을 얻기 위해 가정하길 바라는 건 잘못된 자세다. 그 대신, 피사체의 얘기를 듣고 묻는 것을 반복해 파사체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영혼과 마음을 담을 노릇이 없다.

내일은, 제법 긴장되는 촬영이 기다리고 있다. 카쉬의 헤밍웨이 사진 한장이 불성실한 수강생인 내게 단비 같은 영감을 줬다. 헤밍웨이가 머물던 쿠바에서 그가 즐겼다던 다이키리 칵테일을 머금은 기분으로 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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