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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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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기 2010. 12. 별일 없이 일찍 잤더니 참새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새해의 첫 날인데 그만한 감흥은 적고 그저 쉬는 하루 추운 겨울 조용한 아침이란 느낌. 쉬엄쉬엄 올해 바람들이나 적어볼까. 작년처럼 사진 찍는 게 재밌고 신났으면. 내가 찍은 사진이 찍힌 사람에게도 행복이면 더 좋겠어. 지금보다 소박한 밥상을 꾸려봐야지. 한젤이보다 먼저 일어나는 부지런한 엄마가 되자구. 친구들과 돈독하도록 먼저 신경쓰고. 엄마 아빠 사진 많이 찍어드려야지. 무엇보다 아프지 말자, 건강하자. 평범한 바람들을 이루고 사는 것, 뭘 이뤘다는 성취감도 비껴갈 만큼 잠잠하게 살아지는 것. 이게 바로 복이고 행운같아. 나이 들고 있구나. 언제나 특별하길 바라던 나인데...
921 2010. 12. 12. 예정에 없던 만남들... 오랜만에 손에 쥔 카메라... 가득 부른 배... 겨울치곤 차지 않은 밤에 기다리는 921. 아,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리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만난 친구 정은과의 조우.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집에 돌아오는 길. 왠지 쓸쓸했고 외로웠다. 한젤이가 보고 싶은 것 같기도 했고,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누가 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잠시 골똘해져봤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대로 집으로 갔다. 밀린 설거지를 마치고, 보리차를 끓여놓고 오랜만에 찍은 사진들을 하나 둘 살펴보곤... 곧바로 잠을 청했다.
다시 태어난 기분 2010. 11. 강화도 우리 나이로는 서른하나가 된 해에 나.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역할을 맡아 다시 태어났다. 그러고 보면, 나의 과거가 얼마나 '서른'을 갈망했었나. 이토록 찬란한 인연을 예감했다는 듯. 거울만 들여다볼 줄 알던 허울의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과 대화하기 시작해줘서. 흩어진 폐지를 제자리로 옮겨놓아 줘 고맙다. 아 먼저, 아끼던 보물을 선뜻 건넨 친구에게. 마냥 신나라한 내게 서운한 기색 하나 없이 네 영국의 생활을, 인도의 추억을 담아 준 D80을 선뜻 보내준 친구야 고맙다. 너는 나의 INVESTOR. 언제나 최고로 챙기마.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의 관계 맺음이 곧 사진이란 걸 가만히 깨닫게 해준 선생님께. 사진과 함께여도 만약 당신이 없었다면 그건 앙꼬 없는 찐빵이지요. 당신에게..
Yellow dust 그날 서울은 정말이지 '고담시티' 였다. 대낮임에도 황사가 온 하늘을 뒤덮어 봄볕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침 나의 기억도 무엇을 쫓느라 복잡하게 엉켰다. 그때 한 무리의 새가 파드득 노란 하늘을 날아 지났다. 반사적으로 새를 쫓아 수평감을 놓았다.
신생아실에서 조리개를 열다 (물)깊을 심(深)자, ‘심도’를 카메라 용어로 이해하기 시작한 지난 주. 평소 자주 봐온 배경이 포커스 아웃 된 사진이 즉, 심도가 얕은 사진이란 걸 알게 됐다. 비로소, P모드와 Auto모드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절하는 M모두를 다룬 첫날. 사진의 주인공이 특별해서 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심도를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이 꽤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은 태어난 지 1주일 된 조카 밤토리다. 조리개를 f1.8(최대)로 열고 피사체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위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심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 1. 조리개가 열릴수록 심도가 얕다. 2. 렌즈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가 얕다. 3. 렌즈가 망원일수록 심도가 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