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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서독제 관객상 수상!<워낭소리> 다큐 최고 흥행 이룰까

9월이었던가. <워낭소리>를 프리뷰용 DVD로 챙겨보았다. 개봉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이 확정돼 해외세일즈용 포스터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큰 기대 없이 사전 정보도 없이 보게 된 영화는 놀랍게도 시작부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옆에서 누가 살짝만 찔러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건 너무 이상한 기분이었다. 남녀가 부둥켜안고 흐느끼는 통속멜로도 아니고, 고통에 겨워 통곡 하지도,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구구절절 흘러 나오는 것도 아닌데…. 다만 팔순의 노 부부가 소 한 마리에 의지한 채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일상을 마주한 것 뿐인데…

영화는 도심 속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할아버지와 소의 교감을, 그들의 진한 우정을 과장 없이, 거짓없이 그대로 화면에 담았다. 최노인이 한 평생 농사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삼 십년지기 친구 소 한 마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마치 서로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귀가 어두운 노인은 소의 워낭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생을 마감할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노쇠한 소는 친구를 위해 마지막 힘을 기울여 겨울 땔감거리를 힘겹게 그러나 기여코 이고지고 걸었다.

오랜 제작기간 동안 이 팔순의 부부와 마흔의 소 한 마리를 지켜보면서 얼마나 전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을까. 하지만 이충렬 감독은 자신의 기록에 어떤 설명을 위한 내레이션 조차 생략했다. 모든 것을 보는 이들의 몫으로 남겨두듯이 그저 따뜻한 시선을 둔 카메라를 통해 묵묵히 그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워낭소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다큐멘터리 최우수상인 ‘피프 메세나상’을 수상했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워낭소리>가 수상하지 못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뉴스 감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어 한국다큐멘터리 최초로 2009 선댄스 영화제 ‘월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도 진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19일 폐막한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1차 상영 시 80% 좌석 점유율을, 2차 상영 시 완전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상 수상이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찰라 예상대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워낭소리>가 2003년과 2006년 각각 서독제 관객상을 수상한 김동원 감독의 <송환>과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에 이어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이 되진 않을까 하는 기대가 무리는 아닌 것이다.



‘팔순 노인과 마흔 살 소의 아름다운 30년 동행 그리고 가슴 뭉클한 이별 이야기’ <워낭소리>는 기축년 소의 해인 내년 1월 15일 개봉한다. 이미 적지 않은 관객들이 보았고 가슴 뭉클하다고, 쉼 없이 눈물을 훔쳤다고, 온 마음을 주고 싶다고 고백한 <워낭소리>가 어쩌면 내년 한 해의 시작을 따뜻하게 지펴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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