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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rtrait

당신



종종 즐겨먹던 사골국이 먹고 싶어 아빠에게 전화를 하고야 말았다. 결혼해 아들까지 둔 내가, 마치 수험생이나 된 듯이 아빠 족탕이 먹고 싶어요. 라고 했다. 끓이는 데만 족히 하루는 걸리는 번거로운 작업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직접 두 팔 걷어 해낼 엄두는 나지 않았다. 하루 종일 핏물을 빼고도 한번 빠르게 끓여 이물질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다시 고아내는 긴긴 여정. 정성스런 마음이 바탕이 돼야 깔끔하고 깊은 맛으로 완성되는될 거다. 천성이 깔끔한 아빠표 국은 그래서 언제나 최고였다.

아빠는 손수 간장양념장을 만들고 국과 밥도 수북이 퍼 나를 식탁에 앉혔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내 두 발바닥을 쓱쓱 주무르고 계셨다. 밥 먹는 서른 넘은 딸의 발을. 아빠와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이 된 뒤로 급격히 멀어졌지만, 언제나 어릴 적 품에 안겨 만져준 손길의 기억이 또렷하다. 하루 종일 일하신 부모님의 손길이 부족한 나였지만 때문인지 뭔가 부족한 어른이 됐지만, 그나마 이만큼  사람 노릇 한 데에는 아빠의 스킨십이란 안전지대 덕분이란 생각이다. 

오늘 아침, 한 솥 들고 온 아빠표 국으로 뜨끈하게 아침 챙겨 먹고 출근하는 길. 줄곧 아빠 생각이 난다. 당신의 큰 사랑을 보답할 길 없어 보이나, 애틋한 내 마음도 보일 길이 없어 보인다. 사랑한단 표현은 너무 멀고 아빠에게 전하기엔 왠지 이국적이다. 그보다 좀 더 가깝고 우리말 같은 표현이 떠오르면 좋을텐데. 당신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 제 곁에 오래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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