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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모든 것이 제자리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마당의 아끼는 자목련 나무가
3년째 죽은 듯 잎사귀도 못 내더니
푹했던 가을에 탐스러운 꽃을 피웠다.
믿을 수 없는 비현실의 풍경 앞에서
아이처럼 방방 뛰었다.

자연이 이치를 거스르는 아름다움에 설렜다.
때론, 각자의 삶에도 예정에 없는
우연이 방문한다.

’만약에‘의 편에서
주저없이 용기 내는 나란 사람은
우연이 운명이 되도록
뜨겁게 환대하겠지.

가능성의 불꽃 곁에서
우연의 환희와 희열이
몸에 태도에 기억에 무의식에 새겨지도록
춤을 추겠지.

해가 뜨고 지고
어둠이 깊어
잠이 들고
날이 밝을 무렵

눈 뜬
새 하루에는

불꽃이 재가 되어
바람에 가볍게 흩어지고
붙잡는 일이 의미 없어
무심히 바라볼 뿐이겠지만

우연이 운명으로 되기란
쉽지 않음을 배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과 결심이 선사한
찰나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에게서
건강한 자존을 지킬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더라도
가을에 꽃 피우는 자목련 나무처럼

의외를
붙잡아 충분히 설레는 아픔 속에
다시 또 다시 머문다고

나에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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