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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

정뜨르비행장

 

2014. 1. 1 제주

 

 

정뜨르비행장

 

하루에도 수백의 시조새들이

날카로운 발톱으로 바닥을 할퀴며 차오르고

찢어지는 굉음으로 바닥을 짓누르며 내려앉는다

차오르고 내려앉을 때마다

뼈 무너지는 소리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시커먼 아스팔트 활주로 그 밑바닥

반백년 전

까닭도 모르게 생매장되면서 한번 죽고

땅이 파헤쳐지면서 이래저래 헤갈라져 두번 죽고

활주로가 뒤덮이면서 숨통 막혀 세번 죽고

그 위를 공룡의 시조새가

발톱으로 할퀴고 지날 때마다 다시 죽고

육중한 몸뚱어리로 짓이길 때마다 다시 죽고

그때마다 산산이 부서지는 뼈소리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정뜨르 비행장이 국제공항으로 변하고

하루에도 수만의 인파가 시조새를 타고 내리는 지금

'저 시커면 활주로 밑에 수백의 억울한 주검이 있다!'

'저 주검을 이제는 살려내야 한다!'라고 외치는 사람

그 어디에도 없는데

샛노랗게 질려 파르르 떨고 있는 유채꽃 사월

활주로 밑 어둠에 갇혀 몸 뒤척일 때마다

들려오는 뼈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이따금 나를 태운 시조새 하늘과 땅으로 오르내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잠시 두 발 들어올리는 것

눈 감고 잠든 척하며 창밖을 외면하는 것

 

김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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