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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One Pic One Tip

혼자서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셋

 
 
치앙마이에서 묶은 림핑 빌리지 호텔은, 여기저기 반복해 말하고 다닐 만큼 인생 숙소다. 호텔 서비스 규모 같은 요소와 상관없이 공간이 지닌 고유한 정서가 평화 그 자체였다. 신과 같은 나무 아래에서 매일 아침 눈인사를 나눈 나와 같은 여행자들 그리고 이 공동체 내에서 '남을 위해' 기여하는 태도로 꽃과 나무를 가꾸는 일을 하는 모든 분들이 그립다.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하나

 
역시, 림핑 빌리지 호텔에서다. 내가 묶는 기간 동안 유럽 여행자, 특히 어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와 초로의 부부들이 대부분이었다. 생소한 언어를 쓰는 거 같아서 북유럽 분들인가 예상만 했을 뿐 정확한 국적을 알 수 없는 그들과 아침마다 눈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머문 동안 같은 시간 같은 테이블 가장 마지막까지 앉은 나에게, 나만큼이나 그들도 호의적이었다.
 
나는 덕분에 아침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두 남매를 감상했다. 저 호기로움 자유로움이라니. 맨발이 여행지 매일 아침의 경험이라니! 
 

치앙마이영행결정적장면

 
다시 여기에 돌아와서 처음 느낀 건 “안돼!”라는 간섭의 말이 자주 들린다는 거였다. 카페에 앉아 있어도 식당에 가서도 우리들은 “뛰지마" “조심해” “안돼”가 일상 언어인 듯 했다. 나 역시 안돼 안돼 외친 엄마였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다 커서 함부로 말했다가 "엄마 적당히 합시다" 뜻의 부리부리한 눈동자를 만나게 될 게 뻔하지만. 아이들 어릴 때엔 통제하려 했다. 걱정이었고 보살핌이었다.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같은 겁주기 발언부터 이 사탕은 아닌 거 같아, 같은 완곡한 거절의 말들이 잦았다. 아이들의 무의식에 오래오래 행복과 용기로 자리 잡을 긍정의 말들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것에 얼마나 기꺼이 아니, 기꺼울 수 없더라도 그대로 존중해 주었을까 자문하게 되었다. 매일 감탄한 저 꼬마 둘의 발의 감각을 상상하며 대리 만족했던 행복. 이곳에 방문할 리 만무한 두 꼬마의 부모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당신들 덕분에 맨발의 감촉이 전해지는 자유한 아침을 맞이했어요!"
 

치앙마이영행결정적장면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둘

 
주로 그랩으로 이동했다. 한 날, 내가 탄 그랩이 좁은 골목길을 지나는데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차 한 대와 마주했다. 치앙마이의 차들은 워낙 천천히 달리기 때문에 위험 천만한 상황은 전혀 아니었는대도,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자체에서 긴장감이 전해졌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둘 서로 속도를 내 먼저 차 머리를 들이밀거나, 창문 밖으로 이렇게 오면 어떡합니꽈!! 소리를 치지 않았을까 싶은 순간이었다. 후진을 두려워하는 내가, 이 상황의 운전자였다면 아마 차를 놓고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이때, 두 운전자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조곤 조곤 마치, 아는 사람인 듯, 친구인 듯 말을 섞는다. 그러더니 한 사람이 뒤로 빼고 다른 사람도 뒤로 빼고, 보이기에 서로 양보하듯 보이는 장면을 몇 번 반복하더니 우리 차가 먼저 외길을 빠저 나섰다. 모두 고요와 정막 안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 도시의 순한 개들이 아기처럼 자기네 사람을 닮았구나 깨달은 날처럼, 이 장면이 내내 기억에 남는다. 치앙마이라서 더 극적으로 우리의 조급한 문화와 그들의 느긋한 문화가 다르게 보이나 보다. 더 나은 덜 나은 식의 얘길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 문화의 차이는 맥락마다 다른 결과와 의미를 가질 것이니까. 다만, 긴장의 상황에서 전혀 다른 정서적 경험을 한 거 것에 결정적 순간이라 이름 붙이고 여행의 이로움이라 의미하고 싶다. 
 

 

치앙마이 여행, 결정적 장면 셋

 
치앙마이에 7년을 거주한 지인을 만나 들은 얘기로 치앙마이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이 역대급으로 많다고 했다. 나는 핑강 근처 외곽 어딘가 외톨이처럼 지내느라 한국 분들을 마주친 횟수가 적은데, 간혹 오 ! 한국 사람!! 하고 알아채면 다들 놀라며 금세 눈을 피한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모든 한국사람들이 눈을 마주치면 자동 반사적으로 피하는 거 같았다. 
 
나는 질문하게 되었다. 왜 우린 우리를 반가워하지 않을까. 
 
여행자의 마음이 비슷하다면 나도 한때는, 타지에서 선택한 레스토랑에 한국 사람들이 즐비하면 마치 여행 정보력이 부족한 거 같고, 한국 사람이 모르는 곳에 가고 싶고, 로컬이 열광하는 비밀 스폿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이상하게 치앙마이에서는 눈 맞추고 엷은 미소라도 보낼 우리들이 그립더라. 너도 즐겨! 나도 즐길게! 뭐 이런 상냥한 눈맞춤의 우리들. 아마 국적을 알 수 없는 이들과 나눈 호의의 눈인사와 치앙마이 사람들의 수줍은 고백 같은 눈동자가 기쁨이어서 이지 않을까. 
 
우리 치앙마이에서 만나면 눈인사해요. 너도 즐겨! 나도 즐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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