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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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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김의 법칙, 무엇을 끌어당긴 걸까 오늘 아침은 런던 언제나처럼 새벽에 일어나서 일기도 쓰고 꿈도 적고 마음도 살피고 사랑하는 런던의 사진도 꺼내본, 그런 애틋한 아침이었다. 나에게 특별한 런던을 그리워하며 사진을 뒤적뒤적 꺼내보는 습관은 그 시절 예뻤던 나와 인사를 나누는 의식이나 다름없어서,, 유난하게 설레는 시간이었는데... 애틋함을 뒤로하고, 아이들 아침밥을 가지런히 준비했다. 디저트로 황도를 아끼는 샴페인볼에 챙겨주니 루다는 우와!! 엄마 예쁘다,라고, 반응해 주었다. 한젤이는, 환경을 생각해야지. 예쁘지만 설거지 거리가 두 개 나오잖아라고 말하더라. 오호! 우리 아들 학교에서 잘 배웠네 토닥토닥 해 주면서 한술 두 술 뜨는 거 지켜봤다.. 야무지게 아침밥 먹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본 날들도 없었구나 싶어서 꿀 떨어지는 엄마 모드였..
뉴욕 ​ 이들이 눈 앞을 지난 찰나의 순간을 기억한다. 현실감이 무너졌던 기억. 무심히 횡단보도 앞에서 대기하는데 쏟아지는 느슨한 햇살 아래로 지나는 사람들 이라기 보다는 압도적인 풍경. 거짓말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빛의 속도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이 한 장의 사진은’ 나의 뉴욕’이 되었다. . 다양한 삶의 방식이 묻어나는 도시는 많지만 뉴욕은 좀 달랐다. 과감하고 지유분망하면서 때론 노골적이었다. 타임스퀘어와 가까워 질수록 ‘너의 돈을 탐하겠다’는 뉴욕의 의지는 강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앞서가는 시도와 그들만의 조용한 취향이, 오래되고 낡아 우아한 것들이 공존하는 모습에 매 순간 영감을 받았다. 걷고 또 걸어도 지치지 않았다. 보고 또 보느라 매 끼니도 걸렀다. 뉴욕에서의 열흘..
나를 적신 예술 사진, 라이언맥긴리의 브래드피트 비밀스런 아픔을 치유하는데 카메라만큼 어울리는 도구가 또 있을까. 저 그렁거리는 눈물에 의미를 담아 본다. 저 날, 브래드피트도 조금은 위로받지 않았을까. 알코올에 의존했다는 가십을 인정하고 고백하게 된 데 맥긴리와의 작업이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치부를 인정할 때의 해방감 같은. 보이는 대로 찍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끌어올리는 진한 스킨십이 있을 때 사진 예술은 빛을 발한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두 밤을 꼬박 그의 사진을 감상하다 잠이 들었고 어젯밤 그가 꿈에 나왔다. 이미 취한 그. 우린 언제나처럼 썸을 타는 관계였는데 그는 만취 직전의 상태로 술병을 거칠게 따더니 술잔에 콸콸 부었다. 더 마시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목 끝에 걸어 놓고 비틀거리는 그를 아프게 바라보았다. 그 다음 얘기는 ..
꽃 피우기로 해 ​ 2016. 2. 7. 기대된다 어떤 일들이 기다릴지 더 깊게 단단하게 내린 뿌리로 잦은 바람도 견디고 소담한 꽃도 피우자 ​
논산에서 만난 그녀 논산. 태어나 처음 와보는 곳이다. 사진을 취미 삼거나 뜻을 둔 8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왔다. 우리는 논산의 면면을 주어진 두 시간 동안 카메라에 담아야 한다. 난 사진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그때처럼 재래시장 주변을 누비고 싶어졌다. 고단한 삶의 풍경을 사진 찍는 다는 건 미안한 일이지만, 한편 욕심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잘 알아 그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찍고픈 마음은 경계하기로 한다. 찍는 이의 마음과 찍힌 이의 마음은 같아야 하므로. 사진은 최후로 두고 관계 맺음을 최선에 둔다. 큰 카메라를 둘러메고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는 이방인을 쏘아보는 눈이 한둘이 아니다. 머쓱해져 슬금슬금 돌아 호박이며 가지며 색색의 야채들을 찍거나, 기우는 폐가의 창을 찍을 뿐. 손님이라곤 그림자도 안 뵈는 가게..
그 날 오후 2011. 5. 경복궁 역 허둥지둥 버스정류장으로 달린다. 매일 반복되는 조바심. 토끼반 선생님이 퇴근하는 6시가 되면 아기는 당직 선생님이 계신 1층으로 이동한다. 낯선 공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부터 울기 시작한 아기가 품에 안겨서까지 한참을 흐느끼는 게 안타까워 서두르는 오후는 일상이 됐다. 길가 사람들 팔꿈치를 툭툭 쳐가며 냅다 뛰는데, 문득 깍지 낀 두 손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자의 손이다. 그것도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두 분의. 오랫만에 아름다운 장면이 눈 앞에 있다. 애기 좀 울더라도, 늦자고 마음 먹고 뒤따르기로 한다. 삐뚤빼뚤 따라 걸으며 우정과 사랑이 범벅됐을 당신의 추억을 상상해본다. 붐비는 인도를 지나 좁다란 시장 초입에서 방향을 틀어 간판 없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신 두 분의 뒷모습이 ..
마지막 수업, 손홍주 인물촬영 46기 2011. 3. 겨울과 사진을 벗 삼은 뒤론 꾸준히 좋은 사진 강좌나 특강을 찾는 편이다. 달팽이 사진골방의 임선생님 수업으로 사진과 함께한 1년을 보냈다면, 2년째인 올해의 첫 강좌는 소문도 자자한 손홍주의 스튜디오 인물촬영 '46기'를 선택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에, 특히 나처럼 사회적 관계에 약해빠진 미숙인은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에서 외로움을 잠시 잊는 법이다. 손홍주 선생님의 이번 강의은 내게 안식처였다. 수업은 첫 4주를 제하곤 쭉 공덕동의 한겨레신문사 꼭대기 스튜디오에서 토요일마다 촬영실습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진 언제나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마음 좋은 언니 오빠들이 사다 놓은 김밥과 빵도 한결같이 즐비했다. 주중엔 꼼짝없이 30개월 된 아기를 돌보는 욕구불만..
이렇게나마 View Outside Window 2011. 3. 27. 창밖 사진엔 '우연'이 있어 좋다. 순간을 포착하는 게 리드미컬하게 이어질 때나, 포착할 순간을 위해 샅샅이 뒤져 살펴 볼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나마. 사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