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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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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풍경 Antique and Feeling 2011. 1. 22 "어떤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대상에 대한 존중없이 서둘러 일을 끝내면 사진 안에 거리감과 냉담함이 그대로 실린다. 당신이 대상을 섬세하게 배려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한다면 이미지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 하루 동안 종로를 걸었다. 정확히 하루 중 5시간동안 광화문에서 종각, 낙원동의 낙원상가, 탑골공원, 세운상가 등을 걸으며 보았고, 가끔 사진을 찍었다. 서울사진축제의 ‘서울 같지 않은 서울’ 서울 길 걸으며 사진찍기 워크샵에 참여한 탓이다. 사진가와 함께 서울길을 걸을 수 있단 매력 뿐 아니더라도, 죽었다 깨도 혼자는 코앞의 종로 길을 다섯 시간 동안 걷지 않을 나 자신을 잘 알아 기회를 놓치지 말자며 서둘러 신청했었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
서울사진축제 ~1.31 2011. 1 서울사진축제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 제1회 서울사진축제가 서울의 한복판인 서울시립미술관 경희분관(광화문)과 남서울분관(명동)에서 한창이다.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 전시는 과거와 현재의 사진을 엮어 지상의 서울과 지하의 서울을 교차해 보여준다. 대형 프린트 된 서울의 지하 공간 사진들은 거대한 비현실의 공간처럼 묘사돼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한, 서울의 60-70년대 시대상이 반영된 사진들을 보면 사진이 가진 의미 중 '기록성'에 대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전시는 1월 31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경희분관에서 관람 가능하다. 절대 감상해야 할 공간이 또 있는데, 바로 '사진책 도서관'. 무려 1000여권에 가까운 귀중한 사진집을 무료 감상할 수 있게 진열돼 있다...
특별하지 않기 2010. 12. 별일 없이 일찍 잤더니 참새처럼 이른 아침에 눈이 떠졌다. 새해의 첫 날인데 그만한 감흥은 적고 그저 쉬는 하루 추운 겨울 조용한 아침이란 느낌. 쉬엄쉬엄 올해 바람들이나 적어볼까. 작년처럼 사진 찍는 게 재밌고 신났으면. 내가 찍은 사진이 찍힌 사람에게도 행복이면 더 좋겠어. 지금보다 소박한 밥상을 꾸려봐야지. 한젤이보다 먼저 일어나는 부지런한 엄마가 되자구. 친구들과 돈독하도록 먼저 신경쓰고. 엄마 아빠 사진 많이 찍어드려야지. 무엇보다 아프지 말자, 건강하자. 평범한 바람들을 이루고 사는 것, 뭘 이뤘다는 성취감도 비껴갈 만큼 잠잠하게 살아지는 것. 이게 바로 복이고 행운같아. 나이 들고 있구나. 언제나 특별하길 바라던 나인데...
다시 태어난 기분 2010. 11. 강화도 우리 나이로는 서른하나가 된 해에 나.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역할을 맡아 다시 태어났다. 그러고 보면, 나의 과거가 얼마나 '서른'을 갈망했었나. 이토록 찬란한 인연을 예감했다는 듯. 거울만 들여다볼 줄 알던 허울의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과 대화하기 시작해줘서. 흩어진 폐지를 제자리로 옮겨놓아 줘 고맙다. 아 먼저, 아끼던 보물을 선뜻 건넨 친구에게. 마냥 신나라한 내게 서운한 기색 하나 없이 네 영국의 생활을, 인도의 추억을 담아 준 D80을 선뜻 보내준 친구야 고맙다. 너는 나의 INVESTOR. 언제나 최고로 챙기마.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의 관계 맺음이 곧 사진이란 걸 가만히 깨닫게 해준 선생님께. 사진과 함께여도 만약 당신이 없었다면 그건 앙꼬 없는 찐빵이지요. 당신에게..
유림이. 2010.9. 충무로에서 사진: Hemi "나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거꾸로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 글귀를 마주친 순간..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메아리 치는 것 같았다. 친구를 사귄다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마음 깊은 곳 전부를 훅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도 조금씩 준다. 나이가 들수록 상처에의 면역력이 떨어지니 더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도 포기하면서... 사람 만나는 게, 우정을 쌓는 게 왠지 두렵기까지 하다. 유림은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로 보고, 내 안의 나를 되찾으려 노력하던 때에 알게 된 동생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폭풍처럼 불어 닥친 내면의 변화에 그냥 웃거나 때론 울었다. 서로의 마음 장단에 박자를 맞추며 공감의 지지를 보내는 하루하루가 참 ..
켄로치의 영화들 몸이 딱 두 개였으면 좋겠는 요즘이다. 쓰러질 거 같아 구해먹은 삼계탕 덕분인지 입 안 가득 돋은 혓바늘은 다행히 잦아들었다. 도통 극장을 찾을 겨를도 없어 놓친 영화들이 너무 많지만 어떤 영화를 놓쳤는지 가늠도 안 되니 이제 어디가서 영화 좋아한단 소리도 못하게 생겼다. 그나마 요 며칠 짬짬이 켄로치의 영화들을 봤다. '영국의 폭정에 맞선 아일랜드인의 저항을 그린' 을 시작으로 까지.. 소신에 찬 정치적 발언을 영화로 소리 높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의 영화를 보며 깊이 느꼈다. 영화마다 등장하는 가치관마저 닮은 커플을 보며 나의 짝궁과도 그리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에서는 특히 주인공 마야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멕시코 국경을 온갖 재기를 발휘해 간신히 넘어와 빌딩의 청소부로 일하는 그녀의 ..
작은 봄기운 내의를 두툼히 껴입을 만큼 바람이 찼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한껏 기대한 강화도의 바다는 한겨울의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손님맞이에 열을 올린 펜션지기가 손질한 작은 화단을 보지 못했다면... 정말이지 봄이 오고 있단 걸 모를 뻔했다. 봄은 이렇게 장식처럼 잠깐 들렀다 갈 모양이다. 불안하다. 곧... 여름이 올 것만 같다.
경복궁과 스타벅스 게으름의 유혹이 범람하는 일요일 오후. 선크림을 챙겨 바르고 먼 걸음은 뗐다. 막바지 수업을 두어 번 남겨두고서 함께 한 출사길. 안국동에서 삼청동 그리고 부암동에서 종로까지 4시간가량 걷고 또 걸은 나들이로 새봄의 에너지를 충전시켰다. 주린 배를 달랜 스타벅스의 핫초코와 크로크무슈, 흐느적 가로지른 경복궁의 흔적이 대조적이면서도 서울스럽다. 바로 그 퓨전의 서울 한복판에서. 201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