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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에서 조리개를 열다 (물)깊을 심(深)자, ‘심도’를 카메라 용어로 이해하기 시작한 지난 주. 평소 자주 봐온 배경이 포커스 아웃 된 사진이 즉, 심도가 얕은 사진이란 걸 알게 됐다. 비로소, P모드와 Auto모드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절하는 M모두를 다룬 첫날. 사진의 주인공이 특별해서 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심도를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이 꽤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은 태어난 지 1주일 된 조카 밤토리다. 조리개를 f1.8(최대)로 열고 피사체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위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심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 1. 조리개가 열릴수록 심도가 얕다. 2. 렌즈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가 얕다. 3. 렌즈가 망원일수록 심도가 얕다.
마음으로 찍은 <윤미네 집> 나무와 숲이 아름다운 유월이면, 우리 집 큰애 윤미가 시집간 지 2년이 된다. 지난 해(1989년), 스물여섯이 된 윤미는 자기가 좋아하던 짝을 따라 그토록 정다웠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 우리 가족들 곁에서 날아갔다. 그것도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다. 그때쯤부터인가, 나는 무심결에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못된 습성이 생겼다. (...) 그때서야 나는 아이들 사진 찍는 일도 마무리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6년 동안 찍어둔 필름 뭉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20년 만에 복간 된, 고(故) 전몽각 선생님의 사진집 의 머리말이 책 속 사진들만큼이나 감동을 준다. 조경국 선배의 블로그 를 통해 알게 돼 주문하기까지 고민한 시간이 짧은 만큼 이 책은 첫눈에 반한 사랑처럼..
그립다 나의 벗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현재의 우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즐거웠던 저 하루가 나를 지금, 이곳으로 데려다 줬을까.
White 빨간 우체통 머리위에 이토록 가지런히 내려앉은 하얀 눈을 처음 보았다. 회사 근처 새마을금고 앞에 만들어진 크고 단단한 눈사람. 당근으로 만들어진 주홍색 입술이 인상적이다. 사실은 낡은 박스 더미에 불과한 이것이 수북이 쌓인 하얀 눈의 선물 바구니 같다. 눈과 하나가 된 오토바이. 오토바이 모양의 솜사탕 같기도 하고, 솜 장난감 같기도 하다. 눈 내린 지난 주, 춥고 거칠던 출근길에서 꽤 아름다운 눈의 앙상블과 마주쳤다. 모르고 지나칠뻔한 길가 풍경이 마치 하늘이 내려준 하얀 선물 같았다. 어느 새 눈 내리는 날이 좋지만은 않은 나이, 한시가 아까운 아침 시간에 '에라 모르겠다, 이왕 늦은 거 눈 구경이자 하자' 며, 곳곳을 살핀 건 잘한 일이다. 큰 눈이 내리지 않더라도 매 하루의 하늘 빛 바람 구름은..
'시작'이 모인 색다른 12월 나의 12월은 대부분 ‘흥청망청’ 이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못 산거 대충 넘기자며 다음 ‘1월’을 담보로 시간도 감정도 넘치게 써댔다. 헌데 올해는 좀 다르다. 한 해를 정돈하는 대신 새로운 하루처럼 뭔가를 시작하고 있다. 좋게 보면 부지런한 모습이나, 어쩌면 마음이 좇기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Swing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했다. 린디 유랑 캠프의 ‘린디갱생반’을 통해 근 2년 만에 다시 춤을 춘다. 한동안 열성으로 배우고 춤췄던 기억들이 흩어지기 전에 다시 몸에게 스윙의 리듬을 복습시키는 요즘. 사실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다. 무조건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던 배짱 좋던 내가 어떻게든 박자를 맞추고 음정을 세고 틀리진 않을까 주저하는 소심이가 돼 있어서다. 그래도 이왕 갱생의 길로 들어섰으니 어떤..
진정한 '여성영화인'의 시작! 여성영화인 모임이 주최하는 ‘여성영화인축제’에서 의 마케팅팀이 ‘홍보마케팅부문’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수상했다. 바로, 나의 일터 인디스토리의 마케팅팀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를 보기에 최고로 안락한 씨네큐브는 시상의 무대로는 너무 넓었다. 더구나 한 무대 위에는 예지원.엄지원 두 배우가, 객석에는 안성기 강수연 박찬욱 이준익 등 유명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국민’ 영화인들이 앉아계시니 더욱 더 심장이 죄었고 기가 죽었다. 그 떨리던 날이 훌쩍 지나가고 조금씩 조금씩 이 상황을 바라보니 영화를 시작한 지 3년 반 만에 나 역시 여성영화인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준 ‘이 상’이 꼭 든든한 응원가 같다. 내가 받을 상은 아니라며 겸손한척 손사래 쳤지만, 어찌됐든 우리들이 열심히 영화에 빠져 산다는 걸 이..
[Paris] 에펠탑 & 초승달 2008. 2. 11 에펠탑 무릎쯤에 살포시 걸쳐진 초승달. 작은 디카가 후덜거릴때까지 셔터를 누르고 또 눌러 겨우 담았더랬다. 까만 밤 하늘의 파리... 그때 모든게 참 좋았다.
소녀닮은 할머니 모두가 날 '할머니'라 부를 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수 있을까. 템즈강가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샌드위치를 나눠먹으며 수다를 나누는 저 백발의 할머니들에게 내 미래의 모습을 포개본다. 치장하지 않고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저 평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