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466)
홍상수 영화에 비친 '홍상수' 사실 홍상수의 영화를 100% 동의하진 않지만 전부를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난 주인공의 모습에서 저게 ‘인간 홍상수의 생生모습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안고 그의 영화에 푹 빠지곤 한다. 나는 홍상수의 영화를 보면 '홍상수' 가 떠오른다. 다시 얘기하면 극의 주인공이 바로 홍상수의 실제 모습일 거라는 내 멋대로 예감을 통해 영화를 들여다 본다. 기억 하나. 올해 초 의 씨네토크 시간에 어느 관객이 과감히 질문했다. "이 모든 게 당신 이야기가 아닙니까?" 홍상수는 ‘내 모습이 은연중에 표현될 순 있겠지만 주변 인물들을 관찰한 결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대답했고 그 관객은 ‘그렇다’라는 대답을 기필코 듣고 말겠다는 태도로 재차 대답을 요구했다. 이 상황은 진행을 맡은 평론가가 홍감독에게 대답할 기회를 주..
Stranger! 개봉관 5개, 관객수는? 이 지난 주 목요일 개봉됐다. 같은 날 개봉 영화들이 왁자지껄한 것도 아닌데 거의 침묵에 가깝게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 걸렸다. 물론 같은 대작들이 극장 몰이와 관객 몰이를 싹쓸이 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무음無音 과 같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제목처럼 처음 만난 이들이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한 편의 로드무비가 바로 이다. 탈북자 진욱, 10년째 한국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탈북자 혜정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 한국에 온 베트남인 팅윤.. 그들이 걷는 길. 시간. 공감 같은 것들.. 거대한 숲처럼 아파트가 우거진 도심의 풍경 속에 길을 잃은 진욱과 그를 위해 한 밤을 꼬박 새워 함께 헤매는 혜정. 잘못된 방향의 버스에 올라탄 팅윤과 그와 함게 목적지로 함께 걷는 진욱. 이렇게 ..
인디스토리 새벽 2시. 택시 안. 왠걸 흐리멍텅할 것 같은 정신이 번쩍번쩍하다. 그 시끄럽고 환한 웃음 소리가 얼마나 더디게 찾아온걸까. 밤이 새벽에 닿고 또 아침에 이르도록 그렇게 웃고 또 웃고 싶다고.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 생각했다.
사랑을 이해하다 * 이미지 출저 단 한번도... 동성애자의 그리움을 아쉬움을 이별을 그리고 사랑을... 오롯이 가슴으로 들여다 본 적 없었던 거다. 외우고 익히고 동정 했을 뿐이다. 때아닌 후회라 하기도 민망한, 그저 어떤 깨달음 같은 게 뒷머리를 퉁 쳤다. 영화 이 나를 쳤다. 이런 나는 놀랍게도, 단 한번도 ‘동성애는 사랑이다’ 라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내 사랑과도 같은 ‘사랑법’ 이라고 믿었고 건방지게도 인정했고 또 존중한다, 고 착각했었다. 종묘 공원 한 켠에서 우연히 만난 두 노인이 모텔에 앉아 짜장면을 나눠먹는 장면에서조차 난 이들의 관계를 연인 이라거나 과거의 연인일거라는 일말의 예상도 하지 못했다. 나의 상상력이 지독하게 말라버린 모랫바닥일지 모르나 적어도 당신에게 단무지..
사창가에 핀, 꿈꾸는 카메라 까만 피부에 동그랗고 큰 눈. 누가봐도 빛나는 미모. 잘 먹지 못해 부른 볼록한 배와 찢어진 신발이 겨우 감싼 작은 발. 먼 나라의 아이들은 '도와주고 싶다' 거나 '마음이 아프다' 같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사진을 볼때도 역시 비슷한 감정때문에 마음이 아리곤 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아픈 이미지를 그저 내 안의 감상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은 걸까. 아이들의 현실을 내 감정에 소비하는 건 옳은 걸까. 인도 제 2의 수도 캘커타. 그곳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 펼쳐질 자신들의 삶이 어쩌면 고통스러운 절망과 닮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난 곳의 환경과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이건 숙명이라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묵묵히 ..
기타연주 A D E 이렇게 세 개의 코드 만으로 산울림의 노래를 연주하고 부를 수 있다니.. 오래전부터 꿈꿨던 내 모습에 뿌듯한 마음이 앞선다. 미처 몰랐던 손가락 끝의 작은 근육의 중요성을 알게됐고 기타 줄에 살이 파이는 고통이 다음 그 다음날까지 어어지지만.. 모두 다 참고 견디어 딩가딩가 노래도 부르고 기타도 치고 춤도 추고 싶은 마음 뿐이다. 까막귀와의 첫 레슨을 마치고 곧장 낙원상가를 찾아가 뒤졌다. 내 기타..를 갖고자 그랬다. 아무도 동행하지 않고 급하게 달렸다. 누구는 어리버리한 나를 알아채고는 그저 비싼 기타만을 권했고, 누구는 단가표를 뒤져가며 꼭 맞는 기타를 찾아주려 노력해 주었다. 그러나 결국 인자해 보이는 중년의 장발한 사장에게서 적절한 조언과 적당한 가격으로 꽤 괜찮은 기타를 손에 쥐었다..
구혜선, 너 어디까지 가볼래? 배우에서 감독 작가에까지.. 놀라운 변신, 닮고 싶은 행보 나름의 고민과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락사로서 도움을 주는(구원해주는) 신부와 수녀. 배우 구혜선의 첫 연출작 의 출발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자는 신이 아닌 인간 바로 자신들이다. 생명 윤리에 관한 인간의 모순성을 그리고자 했다.’는 다소 심오한 연출의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영화는 기대 이상의 묵직함과 동시에 제목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엇, 구혜선에게 이런 면이?”라고 놀라게 된 건 미안하지만 사실이었다. 그저 앳된 얼굴의 TV 스타라고 여겼고, ‘스타’ 에 대한 편견이 구혜선을 비껴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웃고 잘 빠진 몸매를 위해 헬스클럽에 드..
광화문에서 만끽할 TOKYO 작년 겨울 복잡한 상처로 지쳐 거닐던 어느 날. 우연히 아니 운명처럼 들어선 곳. 흙 맛과 닮았을 흑맥주를 안고 를 그리고 밥 딜런을 들었던 그 밤의 기억. 그날 이후, 영화사 스폰지가 운영하는 극장 중에 특히 광폰지로 불리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나에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주는 쉼터 같은 곳이 되었다. 아직 나 외에 누구와 동행한 적 없는 그곳에 “사랑해, 도쿄”가 불시착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설레고 떨린다. 그렇잖아도 답답한 일상에 탈출을 꿈꾸며 마련한 두 권의 책 모두 여행에 관한, 그 중 하나는 일본 여행에 관한 책인걸. 인구보다 캐릭터가 더 많을 것 같은 그림 인형의 나라 일본, 그 중에 다 가진 것 같은데 예쁘고 친절하기까지 해 부럽고 얄미운 도쿄. 벚꽃이 천진하게 만발한 광화문 사거리에서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