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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와 <아임 낫 데어>를 만날 수 있는 곳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대로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을 버리면 안되겠다 싶었다. 음… 어디로 가야하나. 우선 광화문 직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날씨처럼 가라앉은 마음에 소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딱히 부를 사람도 부른다고 나와 줄 사람도 없었다. 포장마차에 갈까도 잠시 고민해봤지만 혼자는 싫었다. 를 귀에 꽂고는 광화문으로 향하는 동안 특별한 곳 없을까 싶어 골똘해졌다. 혼자서도 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능하면 술도 한 잔 하면서 외로움도 달랠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디 없을까... 버스에서 내리자 문득 작년 말 개관했다는 스폰지 극장이 떠올랐다. 연달아 얼핏 스쳐 읽었던 "2008년을 빛낸 스폰지 영화들 앙코르 상영" 관련 뉴스도. 그렇게 뭔가에 이끌려 들어온 그 곳은 마치 자주 드나들던 카페처럼 익숙했..
서독제 관객상 수상!<워낭소리> 다큐 최고 흥행 이룰까 9월이었던가. 를 프리뷰용 DVD로 챙겨보았다. 개봉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이 확정돼 해외세일즈용 포스터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큰 기대 없이 사전 정보도 없이 보게 된 영화는 놀랍게도 시작부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옆에서 누가 살짝만 찔러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건 너무 이상한 기분이었다. 남녀가 부둥켜안고 흐느끼는 통속멜로도 아니고, 고통에 겨워 통곡 하지도,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이 구구절절 흘러 나오는 것도 아닌데…. 다만 팔순의 노 부부가 소 한 마리에 의지한 채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일상을 마주한 것 뿐인데… 영화는 도심 속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할아버지와 소의 교감을, 그들의 진한 우정을 과장 없이, 거짓없이 그대로 화면에 담았..
엄마 이야기 일 봐주는 아주머니가 아침 준비를 서두르는 동안 정희는 유연한 손놀림으로 피아노 연습에 한창이었다. 정희의 꿈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돼 전 세계를 누비며 공연하는 것이었다. 국민학교, 중학교 시절 내내 반장 자리를 놓쳐본 적이 없는 모범생 정희는 부모님에게 늘 자랑스런 자식이었다. 결혼 8년 만에 얻은 귀한 딸이었기에 부모님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사시사철 원두커피 향이 그윽했던 부유한 집안의 맏딸로 태어나 금이야 옥이야 어여쁘게 자란 정희가 바로 나의 엄마다. 동네 피아노 선생님으로 이름 날린 엄마지만... 엄마에게 불운이 닥친 건 그리 멀지 않은, 그러니까 엄마 나이 열여섯 살 때였다. 할아버지가 고혈압으로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 역시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말할 수 ..
독립영화와 함께 한 10년. 인디스토리 10주년을 축하합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인디스토리가 11월 11일로 열 돌을 맞는다. 2년 전 입사 당시부터 나는 이상하게 앞으로 다가올 인디스토리의 10살 되는 날을 고대 했었다. 이유는 독립영화의 배급을 위해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들의 10년이 위대하기 때문이고, 그런 그들과 뜻깊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2008년은 ‘인디스토리’라는 이름을 걸고 독립영화의 중심에 선 인디스토리가 어느덧 1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한국영화계 변방의 작은 영토에서 한결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영토를 지키며, 성장해 온 탓에 혹자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낯선 작은 영화 제작/배급사의 이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척박한 독립영화의 토양에서 변치 않는 이름으로 10년을 자생한 영화 제작/배급사가 또 얼마나 될..
최진실과 바스키아.. 예술가의 짧은 생 최진실의 자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진 이가 비단 나 뿐일까. 90년대 CF 한편으로 스타덤에 올라 대한민국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톱스타이자 언제나 옆집 언니 같았던 그녀다. 최근 출연한 드라마의 연속 히트로 줌마렐라 신드롬을 일으켰지만, 숨기고 싶었을 폭력과 외도로 얼룩진 결혼생활과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얽힌 사연들은 최근까지도 매스컴의 단골 메뉴였다. 대중의 대단한 사랑을 받음과 동시에 꼭 그만큼의 루머와 악의적인 덧글을 얻어야 했던 그녀는 예상처럼 수년간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며 우울증을 견뎠다. 그래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괴로우랴 싶었거늘.. 두 아이의 엄마로 웬만한 일은 씩씩하게 버텨내길 바랐거늘.. 그녀는 대중의 마음을 저버리고 그렇게 떠났다. “유명해 진다는 건 ..
프렌치 키스. 1995 잘자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키스해주세요 나를 꼭 껴안고 날 그리워할 거라고 말해주세요 내가 외롭고 우울하게 될 때 말이에요 나를 꿈꾸세요 나의 작은 꿈을 프렌치 키스 OST 'Dream a little dream of me' 중에서.. 파리의 에펠탑과 불빛에 출렁이는 까만 밤의 세느강. 프렌치 키스를 나누는 퐁네프의 연인들과 몽마르트 언덕의 가난하지만 행복한 예술가. 프로방스의 태양 아래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과 그곳을 고향으로 둔 달콤쌉싸름한 수천 가지의 와인. ‘프랑스’란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로맨틱한것들이다. 영화 를 보노라면 무작정 닿고 싶은 환상, '프랑스'를 만끽할 수 있다. 영화는 에펠탑과 개선문 그리고 샹제리제거리와 루브르 박물관을 배경삼아 위의 노래 가사처럼 프랑스 남자와 미국여자의 운명적..
낙엽을 닮은 남자, 오다기리죠를 만나다 작년 여름쯤..오다기리죠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다. 유난히 외로워 보이는 그의 모습이 마치 생을 다한 늦가을의 낙엽과 닮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제, 오다기리죠를 만나러 갔다. (영화 의 상영 전 무대인사, 압구정 CGV) 오다기리죠는 내가 기대한 딱 그 모습 그대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인사가 네 번째라 점점 할말이 없어진다.” 라고 말문을 연 그. 큰 키에 비해 작은 얼굴, 긴팔과 다리, 넓은 어깨와 긴 손가락, 깊게 눌러쓴 모자로 어렴풋이 보이는 단 한번의 큰 웃음, 수많은 카메라를 직접 응시하지 못해 방황하는 눈동자…
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강.력.추.천 다큐멘터리 하늘이 높고 푸르다.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맴돌고 따뜻한 햇살이 그림자를 늘씬하게 뽑아낸다. 영화보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를 찾는다. 올해는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영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다. 그만큼 영화팬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동시에 실망의 목소리도 더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제나 설레고 기다려지는 국내 최대의 영화 '축제'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올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이다. 는 평생동안 땅을 지키며 살아온 팔순의 농부와 이것저것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한평생 함께해 온 할머니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