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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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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2010. 12.19 짙은 안개가 당황할 새도 없이 삽시간에 퍼졌다. 바로 앞의 어떤 것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 파주와 맞닿은 이곳에 다다르자 더욱 심해졌다.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에 젖을 때가 아니다. 웬일인지 이번 안개는... 좀 불안하다.
921 2010. 12. 12. 예정에 없던 만남들... 오랜만에 손에 쥔 카메라... 가득 부른 배... 겨울치곤 차지 않은 밤에 기다리는 921. 아, 공선옥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그리고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만난 친구 정은과의 조우.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집에 돌아오는 길. 왠지 쓸쓸했고 외로웠다. 한젤이가 보고 싶은 것 같기도 했고,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것 같기도 했다. 누가 이 마음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잠시 골똘해져봤지만 딱히 떠오르지 않아 그대로 집으로 갔다. 밀린 설거지를 마치고, 보리차를 끓여놓고 오랜만에 찍은 사진들을 하나 둘 살펴보곤... 곧바로 잠을 청했다.
경복궁옆 돌담길 퇴근길 경복궁 옆 ... 2010.11 솔직히 소녀같단 말은.. 마음에 담아두기가 좀 그래. 이젠 조금은 성숙하단 소릴 듣고 싶거든. 천천히 늙고 싶지만, 잘 늙는 과정에서 수줍음 따윈 툭 내려놓고 싶어졌어. 그리고 기쁨과 슬픔의 스팩트럼이 좁으면 좋겠어. 언제나 한결같은 거 말이야. 벗어나고 싶어. 지금의 나에게서.
autumn 2010.10 현정이가 15시간의 산고 끝에 보석같은 딸 예안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딸이라니 부러워라. 한젤이의 작아진 옷가지를 바리바리 챙겨 환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에 집을 나섰다. 버스를 족히 두 번은 갈아타야 하는 제법 먼 거리. 혼자만의 시간이 아까워 생긴 '주말조급증' 탓에 버스 노선도를 살펴가며 최단 거리를 조율해 움직였다. 낯선 정류장에서 버스를 갈아타길 수차례 반복하다보니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버스는 다시 왔던 길의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고개를 올려 허공을 보니 빨강 노랑 연두의 나뭇잎이 날 반긴다. 가을의 스산함을 좋아하지만, 이토록 화려한 풍경은 생경하기만 하다. 강원도 어딘가 가야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단풍이 손에 잡힐 듯 흔들거린다. 제 방향으로 갈아..
해운대 밤과 낮 2010.10. PIFF 해운대 윤슬 가득한 바닷가. 눈이 부셔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다. 가까이 다가가 일부러라도 더 깊이 감동한 반짝임들. 저 빛나는.. 으로 살고 싶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것도 아니고 저 하늘에 날아가는 멧새처럼 자유롭다. 이른 봄에는 바닷가 간척공사장을 찾아가 일하다가, 오월에 보리가 팰 무렵이면 시골마을로 들어가 보리 베기를 도우며 밥 얻어먹고,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산간에 가서 일거리를 찾고, 늦여름부터 동해안에 가서 어선을 탄다. 속초에서부터 오징어떼를 따라 남하하다가 울산 근처까지 내려오면 가을이 깊어져 있다. 이제는 다시 농촌으로 들어가 가을추수를 거든다. 황금들판에서 들밥에 막걸리 마시고 논두렁에 누워 곤히 낮잠 한숨 때리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단다. 그리고 겨울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쪽방을 한 칸 얻고 거리 모퉁이나 버스 종점이나 동네 시장 어귀에 자리를 잡아 드럼통과 손수레 세내어 군고구마 장수로 나선다. 아니..
또 런던의 그 거리 2006.9 London 또 런던의 그 거리. 익숙한 듯 낯선 길 한복판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 잊지 않은 그 번호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건다. 꿈속에서 이미 꿈이란 사실을 인지한 나는 놀란다. 어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처럼 또렷이 기억할 수 있을까. 신호음 대신 친구의 밝고 장난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겨놓은 듯하다. 괜스레 맥이 빠진 느낌으로 스르르..눈을 뜬다. 연휴 때 읽으려고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을 빌려온 터. 런던의 꿈을 꾼 건 그래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 런던은 첫사랑처럼 내게 여행에의 사랑을 움트게 한 첫 도시니까. 긴 연휴를 앞두고 예전 같음 자유로운 여행을 계획했을 텐데,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어떤 부질없는 미련에 아마도 꿈에서나마 훌쩍 ..
기타와 낙원상가 기타를 배우고 싶어 혼자서 낙원상가를 찾았었다. 그게 어느 덧 1년 전. 놀랍도록 수많은 기타가 줄지어선 모습에 압도당했었는데... 어리버리 작은 여자에게 몇 만원 더 불려 받아볼까 달려드는 호객남들을 이리저리 피해다니다 지쳐버렸지. 언론 시사회 차 잠시 들렀다 옛 기억에 잠시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