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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꼬마의 하루, 나의 슬픔과 행복

 
 
잠에서 덜 깬 꼬물거리는 꼬마를 가만히 카메라에 담은 아침. 이 고요와 평화의 아침이 허락된 데에 감사와 상실을 가지는 날들이 이어지는구나. 
 
"꼭 와야돼! 꼭 와야 돼!" 수차례 약속을 받아내는 너. 이런 날마다 엄마의 부재로 부족했을 마음들이 합창하듯 항의하듯 소리치는 것 같다. 꼬마의 조급하고 간절한 약속의 말들 앞에서 헝클어졌을 네 지난 마음을 읽는다. 내가 제일 잘하는, 상쾌한 페르소나를 유지하면서 쿨하게 대답해 주기. 꼭꼭! 갈 거야! 걱정 마! (사랑해, 사랑해.) 
 
행사 시작하기 2분 전. 역시 우리의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가 빠지도록 날 찾는 꼬마에게 뒷자리 멀리서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면서 인사를 보낸다. 그제야 안심한 듯, 세상 전부의 사랑을 준 훌륭한 엄마로 인정해주는 듯한 반짝이는 눈동자를 선물처럼 받는다. 아들이란, 대체 얼마나 더 심오한 사랑과 감사의 감정을 경험시키는 존재인가요. 
 
마이크를 잡자마자 꼬마의 이름을 연호하는 동생 친구들의 함성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아침의 꼬물거린 아가 테를 벗고 의기양양 도도하고 세련된 진행자의 소리를 내는 것에 다시금 놀란다.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닫는 잔치라는 이름의 방학식 행사를 진행하라, 풍물 공연의 꾕과리 연주하랴, 연극의 유니콘 연기하랴 역할이 많은 중에도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계속 계속 객석의 어둠을 뚫고 깊은 응시로 내 위치를 찾아내 손을 흔드는 너. 불안인가. 네 마음에 안정이란 씨앗이 덜 심어진 게 아닌가 싶어서 행복한 중에 슬픔을 만나고, 온 감정의 출연을 지켜본다. 
 
"엄마, 다리가 덜덜 흔들릴만큼 떨렸는데 뭔가 잘할 수 있을 거 같았어."
 
바로 잠들기 싫고 읽던 책도 싫고 계속 계속 얘기를 나누겠단다. 자기 마음에  드는 진짜 하루를 가진 자의 벅찬 밤을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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