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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파라다이스



루다가 어젯밤 꿈에 예행연습 때 실패한 텐트 치기에 성공했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꿈은 반대라는데? 모르겠고! 아이의 설렘이 전해진다. 덩달아 나도 떠나나 싶게 달뜬다. 아이 짐을 챙겨주는 일은 하나도 안 어렵고 즐겁다. 내가 잘하는 일이 몇 개 없는데 여행 짐 싸는 건 야물다. 아들이 엄마 짐 싸는 기술이 끝내준다며 배웠으면 좋겠지만.




루다야, 옷은 꼭 갈아입는 거야. 수건을 꼭 말려야 해. 냄새나는 옷 계속 입지 마. 추우면 긴팔 꺼내 입어야 해. 여기 오른 날개 주머니에 넣는다. 어디에 넣었다고?! 너무 신나도 뛰면 안 돼. 텐트 줄에 발 걸려 넘어졌다가 예건이 형 팔 부러진 거 알지? 차분차분하게 걸어야 돼. 가만히 짐만 싸야 하는데 잔소리가 더해진다. 아들은 일도 안 듣는 거 같다.

➰ 루다야 나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할 거야?
➰ 엄마가 날 보고 싶어 할 텐데.
➰ 난 엄마 생각 안 할 거 같은데.

그래 그렇구나. 그렇지. 괜찮다.
내가 보고 싶겠지. 사실적인 놈.
솔직한 건 엄마를 닮았네.

요즘 매일 밤 루다랑 긴긴밤을 한 챕터씩 읽는다. 앙가부가 떠난 날 둘이서 동시에 놀라고 소리쳤다. 난 거의 울었다. 몸만 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기 직전에 루다가 눈을 빛내며 “엄마 전쟁이 시작됐는데 왜 천국이지?” 묻는다. 우리가 목요일에 만나 읽을 챕터 제목이 ‘파라다이스.’

아들의 첫 경험으로 빼곡할 3박 4일을 응원하며
그곳이 파라다이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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