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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된 것을 용서하라 도대체! 그대는 아직도 살아 있는가, 차라투스트라여?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무엇에 의해서? 어디로? 어디서?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다니 어리석지 않은가? 아 벗들이여, 나의 내면에서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은 저녁이다. 나의 슬픔을 용서하라. 저녁이 되었다. 저녁이 된 것을 용서하라. - 의 빅토르 E. 프랑클도, 산다는 것은 질문은 받는 것이고, 삶에 책임지고 답변하는 거라고 말했다. 자꾸 물어야 한다. 왜 사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캄캄한 저녁이 되더라도. 슬픔을 용서하고서라도 답을 찾아야 한다. 끝내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
진정되지 않는 것 진정되지 않는 것 진정될 수 없는 것이 내 마음 속에 있다. 그것이 이제 말하려 한다. 사랑을 향한 열망이 내 마음 속에 있고, 그 열망 자체가 사랑의 말을 속삭인다. 요즘의 사랑과 열망 🎻
희망 대신 욕망 나는 이제 우리가 각자의 내부에서 끓고 있는 어떤 뜨거운 것들과 정면으로 마주했으면 좋겠다. 김원영, 푸른숲 거의 모든 글에 밑줄을 긋는다. 아름다운 책.
가슴 떨리는 파타고니아 경영 철학 매뉴얼 지쳤다. 두달 넘도록 매출 스트레스가 이어졌다. 아무 때나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거렸다. 심장은 늘 뛰고 있었을 텐데 심장이 뛰면 가슴부터 머리까지 아팠다. 고생 많았지. 팀장들 특히 많이 미안해. 너덜너덜해진 우리들에게 통찰력 워크숍을 제안한 건 대표였다. 원망하는 마음과 무력감의 기억을 잠시 미뤄두고 원래의 나답게,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적었다. 열정적인 일로 잠자기를 포기하고 싶어요. 내가 뽑은 생명력 카드는 ‘지혜 온화 용서’였다. 마지막 용서 카드를 뽑았을 땐 대표가 먼저 눈물을 터트렸다. 모르는 척했지만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니 맞았다. 열정적인 일로 잠자길 포기하기 전에 당신의 지혜를 당신의 온화를 서로의 용서를 나누는 일이 먼저였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뤄둔 일, 가까운 사람들과..
배움의 발견 나는 케임브리지에 다니는 나 자신을 상상해봤다. 오래된 건물의 복도를 걸어가면서 기다란 검은 로브 자락을 휘날리는 대학원생.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목욕탕에서 팔을 뒤로 꺾인 채 몸을 구부리고 머리가 변기에 쳐박혀 있었다. 나는 학생으로서의 내 모습에 정신을 집중하려고 애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검은 가운을 휘날리는 그 소녀를 상상할 때마다 또 다른 소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났다. 학자 아니면 창녀, 두 가지 모두가 사실일 수는 없었다. 그중 하나는 거짓이었다. 내가 말했다. 스타인버그 교수가 말했다. — 나의 얘기를 거리를 두고 기록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발휘한 흔적. 당신의 내적 외적으로 경험한 엄청난 얘기를 혼신의 힘으로 읽은 밤들. 잊지 못할 것 같아. 록산게이의 를 읽을 때만큼, 아름답구나 ..
여기까지 죽음뿐 아니라 일이나 재능이나 관계에서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때가 있다. 슬프지 않다. 최선을 다했고 행복했고 이룰 만큼 이루었고, 잃을만큼 잃었고 아무것도 추구할 수 없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난 시점. 살기 싫은 것이 아니다. 삶이 좋은 의미에서 소진된 것이다. 아프거나 미치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까지’라고 판단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유일한 차이는 행이든 불행이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능성이다. 죽음의 반대는 호기심,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알 수 없다는 불안과 설렘이지 당위로서의 생명이 아니다. - 정희진 글을 읽으면 늘 떨린다. 아프다 말하지 않는데 옴살이 하나 없는데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서다. 이번 책 역시 그녀가 늘 천착하는 죽음의 얘..
철학책, 너의 운명은 너의 경험을 초월한다 밤에 읽는 소심한 철학책, 내용 중에 노자의 철학으로 ‘기관 없는 신체'를 해석하자면, 경계를 없애라는 이야기다. 우리 대부분은 자의적 경계 안에 자신을 가두고서 그것을 정체성으로 끌어 안는다. 들뢰즈에게 자아는 ‘나'의 존재론적 지위가 아닌 그저 ‘주어'의 문법적 지위에 불과하다. 고정된 주체는 없다. 마주친 우연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성질을 획득하는 ‘과정으로서의 분열증'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우리는 자유로운 선택을 한다고 착각하지만, 실상 자신이 겪은 한정된 범주 안에 종속된 타협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알기 전의 인류처럼, 미지의 경계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추락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발전 가능성은 언제나 자신의 기억이나 자신의 발을 걸고 있는 사회의 ..
길을 잃는 것 길을 잃는 것, 철학하는 것.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호기심이 아니라 자기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허용해주는 그런 호기심 말이다. 지식의 습득만을 보장해 주고 인식 주체로 하여금 길을 잃고 방황하도록 도와주지 않는 지식욕이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우리 인생에는 성찰과 관찰을 계속하기 위해서 자기가 현재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으며, 자기가 지금 보고 있는 것과 다르게 자각할 수도 있다는 의문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 있다. ... 그렇다면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걸 정당화시키는 게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는 노력, 그것이 아닐까. 교양을 쌓는 호기심이 아니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