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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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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위한 시작 11월 1일, 퇴사 9일차 총 18년의 직장 생활에 쉼표를 찍는다. 그간 갇힌 채로 돌보지 못한 마음과 몸을 위로한다. 대체로 열정적인 무드로 기꺼이 일했지만, 간절한 나다운 열정은 아니었을 터. 실제 나를 끌어당긴 힘은 무력감이지 않았을까. 월급이란 보상으로 무감각하길 반복한건 아닐까. 종종 출연하는 몸의 증상을 당연하게 여기고 심드렁하게 대우했다. 월요병부터 공황장애까지, 때로 불면증과 이면증도. 가장 우선에 회사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몸과 마음이 되도록,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에서 고갈될 에너지를 비축하는 데에 공들였다. 퇴사 첫 날 아이가 아파 같이 있어주는데 그 순간 날 건드린 감정은 슬픔이었다. 이토록 쉽고 당연한 일이 왜 어려웠을까. 아이들 밥을 정성껏 내어 주고 눈을 맞추고 하루 중의..
간호라는 환영식 퇴사 6일차 실질적 진짜 퇴사 1일차 첫 월요일 아이가 아파서 함께 있어준 퇴사 첫 날 여느 월요일이었다면 아픈 아이가 학교에 보내졌거나 집에 혼자 남아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상태로 아픈 병을 키웠을지 모르겠다 엄마로 충실한 오늘이 마치 퇴사 첫날에 지극히 어울리는 환영식 같아서 감사하다 큰 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리러갔더니 돌아오는 길에 해가 저물어 하늘이 까맣다 아들 오늘 뭐가 제일 고마워? 엄마가 데리러 와 준거 어제는 주말이어서 고마워 한 아들에게서 감사의 대상이 나라는 영광! 작은 아들은 뭐가 제일 고마워? 나는 내 자신에게 고마워! 아픈 거 나아줘서 고마워! 아들들의 감사를 듣고 내 감사를 말하는데 멈추질 않는다 가족, 이란 우리 문화의 답답한 정의를 싫어하는 내가 물리적인 근거리의 영향력을 ..
선한 사람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산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 칸트의 얘길 종일 떠올린 퇴사 5일차
나는 혼자서도 강하다 주어진 일 어쩌면 넘겨진 일을 불만 없이 기꺼이 긍정하는 태도로 임하고 만들어낸 여기까지의 결과를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충분한 대가를 주는 것까지, 스스로 해낼 수 있음의 증명 퇴사 4일차
감사 명상 무엇이든 해내려는 용기와 두려움이 고맙고 곁의 친구들 가족들 연인 특히, 하나처럼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는 잇지 고맙고 보일러실에 소나기같은 물이 새 벽을 뚫는 대공사가 예상되지만 공사가 시작되는 내일이 고맙고 한번도 의심하지 않은 p모드에서 m모드로 오늘의 동해바다 일출을 그림처럼 담았음에 고마운, 퇴사 3일차 ** 감사명상 424 나 자신, 타인, 물질, 경험 네 가지를 꼽는다 숨은 4 들이쉬고 2 멈추고 4 뱉는다 뱉을 때, 감사의 것들을 말한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퇴사 2일차 아침 7시 곰치국괴 처음처럼으로 시작하는 하루 11시엔 꼭 모자란 잠을 보충하겠다고 각오하는 퇴사 2일차의 순수함 조미료를 쓰지 않고 원재료로만 국물 맛을 낸다는 이곳에는 테이블이 몇 안남은 상태로 사람들이 가득이다. 우리가 주문하고 앉아 먹기 시작할 무렵에 하나 둘 사람들이 빠지고 어느덧 우리만 남았을 때 가게 문을 열고 본 이 텅 빈 가게 모습을 시작으로 곰치국을 먹었다면 지금 이 맛이 아니겠구나.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그러니 늘 의심하고 다시 생각할 것.
백건우 손가락처럼 퇴사 1일차 백건우의 손가락처럼 살겠다. 자유하고 가볍게 스스로를 통제하며 옳은 소리를 내는 아름다움으로. 저 꼿꼿한 자세의 70분은 삶의 의지로 실현되었을까 약속된 상황을 살아낸 결과일까 피아노가 그를 이끌었든 그가 피아노를 이끌었든 이젠 중요하지 않다 자기관리의 영역이 의지 밖이든 안이든 마스터피스로 존재할 수 있다면 의지와 약속이 서롤 돕는 삶이겠지 #자기관리 #예술가란 #백건우리사이클 #엔리케그라나도스
조화로움 인생은 그저 선물이고 아무 의미가 없지만 나란 연약한 존재의 영향력과 내 주변 아름다운 존재들의 영향력의 조화로움을 알아챈다면 훨씬 기쁘게 살 수 있을 거 같다. 22.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