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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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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di still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이 개봉을 앞두고 홍보에 한창이니, 배급사를 통해 하루건너 하나씩 메일링을 보내온다. 어제인가. 신디 영화제 상영 때 객석을 지킨 나와 coco가 나란히 앉은 사진이 보도 스틸로 첨부돼 왔다. 잔뜩 흐트러진 모습으로 몸통을 앞으로 내밀고 자못 진지하게 경청중인 나. 유난히 행복한 얼굴로 슬픈 하루를 버텨낸 coco가 보인다. 어머나... 이런 건 초상권과 관계없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의 단편 를 본 뒤, 줄곧 그의 장편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어제 저녁 압구정 CGV에서 열린 Cindi 영화제에서 , 바로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을 두 눈으로 아니 온 몸으로 보았다. 오래 기다린 보람. 이었다. 손발을 비틀어가며 겨우 지켜본 영화의 결말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영화 이후로 이토록 괴롭게 객석을 지킨 적이 또 있을까. 허나 막무가내로 고통스런 시간이 된 것은 아니다. 영화 속 복남이의 한 많은 삶이 극의 초반부터 착실하게 전달되어 슬픔의 결을 따를 수 있었다. 복남이 저지른 모습에서 '유디트'의 모습이 보이는 듯도 했다. 늦은 한 시가 다 돼 집에 도착해 피곤한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깊은밤 늦도록 뜬눈이었다. 을 본 다음 날. 오늘까지도 몹시 피곤하다. "서구 장..
London 런던은 수많은 컬러의 사람들이 하나의 질서 안에서 관계 맺고 사는 모습이 매력적인 도시다. 다채로운 삶의 패턴들, 다양한 인종과 풍부한 문화생활을 아무 제약 없이 누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런던은 살고 싶은 언제든 가고 싶은 곳이 돼 주었다. 가슴이 아련해지는가을 무렵엔 여지없이 런던, 그 거리를 걷는 꿈을 꾸곤 한다.
Venezia 그리움이 넘쳐흐를 때쯤 다시 찾은 베네치아. 정작 그땐 어떤 걱정에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지금 뒤돌아 생각하면 많이 아쉬워. 인생의 찰나를 누릴 기회가 소중하단 걸 조금씩 깨닫는 요즘. 저 가을이 내게 찰나였다는 걸 비로소 알겠어. 오늘 어쩌면 내일이 또 다른 멋진 하루가 되기 위해 마음 가는대로 온몸 바쳐 신나게 살아야겠어.
The Sea Inside 정말 여기서 바다 냄새가 나요? 창문이 열려 있으면 바다에 있는 것처럼 냄새가 나요. 후각이 아주 예민하네요. 냄새가 감각을 더 예민하게 하나봐요. 자주 공상에 빠져요. 예를 들면, 당신 향기... 당신에 대한 공상에 잠길때면 당신 향기를 제일 먼저 상상해요. 그래요? 무슨 공상을 하죠? 그냥 그런거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긴하죠. 공상 속에선 늘 움직일 수 있어서 난 일어난 그 순간 당신이 있다고 상상하는 곳으로 가요. 예를 들어 여기 있다고 상상되면 당신 가까이 다가가요. 그리고 수 없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죠. 당신의 향기가 점점 강해지고 난 몽롱해 져요. 당신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고 당신의 손길이 느껴져요. 그리고 정신을 잃죠. The Sea Inside 의 이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와 같다...
선이골, 떠나자 누구나 할 것 없이 생활이 빠듯하고 바쁘고 지친 서울의 삶. 거기에다 하루 스물 네시간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 뿌연 하늘, 피해 의식, 두려움.... 남편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 이었다. 떠나는 것! ...우리는 왜 떠났는가?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7년째 선이골 삶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만니기’위해서 ‘떠났음’을 깨닫는다 . 서울 삶에서 우리는 ‘하나되는 만남’에 배고프고 목말라 했음을 깨닫는다.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지음) 중에서... 결혼과 같은 미래 따위의 고민을 채 하기도 전인 철 없던 시절 어느 해엔가 선이골 아이들을 다룬 방송을 챙겨보며 적잖은 감흥을 얻었더랬다. 언젠가 나도 뜻 맞는 솔메이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토끼같은 자식을..
소소풍경 출근길에 '소소풍경' 을 찾아 보고자 이리저리 헤매보았다. 길 위엔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었고, 골목 귀퉁이 엔 쓰레기더미가 몰래 던져진 듯 제자리를 잃고 흩어져 있었다. 어제 저녁 류가헌에 들러 이한구의 소소풍경을 둘러보았다. 한적한 류가헌에서 나와 초로의 여인 단 둘만이 마치 VIP 손님인양 큐레이터의 직접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얌전한 비가 소리 없이 내린 저녁에 윤슬부터 400년 된 은행나무의 춤사위까지 보고 나니 빗물이 가슴 속마저 적신 듯 생기가 붙었다. 소소풍경이라... 사진에 담기는 그 무엇도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던 말이 떠오른다.
마음 문 마음에도 문이 있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네 마음엔 뭐가 들었니? 묻기 전에 슬며시 문고리를 잡고는 쓱 열어보고 싶어진다. 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걸. 이 얘기들 다 풀어내려면 훌쩍 늙어버릴 것만 같아. 편하게 네가 보고 가. 여기 진심의 문을 열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