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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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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se 2006.9.7. London 매일이 그렇지만 유독 복잡한 머리를 쥐고 출근하던 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골똘히 걷다가 무심히 시선을 돌린 왼쪽 길가에서 죽은 쥐를 보았다. 쥐의 눈알만한 새까만 파리 두어 마리가 그 주위를 사납게 날고 있었고 회색 쥐는 정말... 쥐.. 처럼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순간 소리치며 내달려 도망가면서 봤던 장면을 잊기 위해 얼굴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쥐가 뭐길래... 이리 야단일까 싶으면서도 아침부터 머릿속에 가득 찬 한 생각을 버려내라는 경고 같다고도 느껴졌다. 이렇게라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저 재수 없는 하루가 될 테니. 아쉬워도... 멈추지 못해 뒤엉켜버린 망상을 놔버리기로 했다.
Writing to Reach You writing to reach you. 한 노래만 반복해 들었다. 창밖의 풍경에도 노래의 음율이 새겨질 듯 ... 네 시간이 넘는 동안 줄곧 그랬다.
푸아푸아 내리는 비 무등산에 올라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내려오는 길. 금세 하늘이 캄캄해 지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아직 말을 떼기 전인 아기는 조잘대던 일을 멈춘 채, 창밖의 큰 비에 신경을 쏟는다. 아기도 나처럼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어떤 비든 반가워하며 우산도 접은 채 함께 내달리기도 하고 고인 물에 발을 담가 첨벙거리고도 싶다. 한젤아 비가 어떻게 내려요? 주루주룩 내려요? 줄줄줄 조로록조로록 내려요? 나의 질문에 아기가 대답한다. "푸아푸아"
Walker Evans 워커에반스 사진전에서 ... 이 아이들처럼 나도 이른 어린 시절에 그를 알고 보았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자못 궁금했었다.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아이들을 지켜본 날. 그의 사진은 뒷전이 되었다.
빨간 구두 Don't move 외과의사 테모테오는 낯선 동네에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여인을 강간한다. 죄책감으로 다시 찾은 허름한 그 곳에서 괴상한 몸짓의 그녀 이딸리아를 다시 만나지만, 또 다시 벌이는 동의 없는 섹스 뒤 지폐 몇 장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나선다. 그런 남자를 이딸리아는 마치 성인처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의 만남은 희한하게도 차츰 사랑의 형색을 갖춘다. 비판받아 마땅한 티모테오를 어째서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걸까. 어떻게 공감하고 있는 걸까. 숱한 질문이 머리를 스치지만, 영화에 빠져들수록 이 남자의 사랑을 논리적인 설명 따위로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티모테오와 이딸리아의 겪는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이 그저 아플 뿐이다. 티모테오에게 이딸리아가 묻는다. “행복해요?”..
'만 레이와 그의 친구들' 만레이와 그의 친구들 사진전, 서울 시립미술관 본관 1층. 만레이가 사진사에 중요한 한 휙을 그은 인물이라는 것. 사진이 예술이 아닌 시절,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것을... 인지하고서. 바라본 그의 사진들 중에서 먼지를 그림처럼 잡아낸 란 작품이 특히 인상적. 사진 자체로만 어떤 분위기를 내는 작품에 마음이 가지만 사진으로 조각을, 혹은 사진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려 넣는 등 여러 예술 장르를 결합의 작품들을 감상했더니, 사고 범위가 확장된 느낌이다. 뜨거운, 감성을 자극하는, 마음을 대신 비춰주는, 분위기로만 전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사진을 찍고 싶지만. 수많은 방식으로 각자의 욕망을 표현하려는 작품들에게서 적잖은 감흥을 얻었다.
땅의여자 농촌에 정착한 여자 셋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를 전체적으로 전혀 슬픈 내용이 아니지만 어느 한 장면에 크게 공감해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며 봤던 기억이 난다. 아끼는 작품이라 유독 개봉 소식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9월 9일로 날이 잡혔나보다. 아마 개봉을 위해 포스터 촬영도 진행된 모양이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짧은 카피가 마치 안부 인사처럼 반갑다.
'eugene richards'처럼 종로 통의동. 2010.7. 나는 우선 그들에게 사진을 찍기 위해 왔다고 밝힌다. 어떤 사람은 흔쾌히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지 않은 채 그들에게 집이나 직장에 함께 가지고 제의한다. 그들이 나를 잊었을 때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그 때 사진이 잘 나온다. 대충 그 과정은 만나서 악수하고, 말하고, 커피도 한잔하고 나면 약 2시간 정도 흐르게 된다. 코카인에 대한 사진도 그와 비슷하다. 이때는 약 3주가 지난 후였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어떤 때는 나의 존재를 잊기도 했다. 그것은 믿음이 필요했다. 모든 상황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것들을 깨뜨리기 않기 위해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