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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꿈꾸는 그림

치앙마이 여행, 태도의 말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태도의 말들

 


치앙마이에서 만난 그녀 

 

치앙마이 Rimping Supermarket 맞은편 작은 마사지숍. 숙소에서 동네길을 걷다가 슈퍼에서 맥주캔을 하나 사서 나오는 길에 들렀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가 공간도 소박한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아무 소리 말이 통하지 않는 걸 단박에 알았지만 묘하게 통했다. 옷을 바꿔 입으라고 자리를 비워준 사이, 불을 끄고 오일을 챙겨서 내 곁으로 다시 오는 그녀의 움직임이 차분했고 손길은 따뜻했다. 그녀 손길이 내 뭉친 곳들을 힘주어 누를 때 터지는 윽 하는 신음 소리에 같이 웃었다. 내 몸의 단단한 곳과 연약한 곳을 금세 익혀 위치마다 손아귀 힘을 다르게 싣는 그녀를 감각하는 시간이 편안했다. 나의 노모가 떠오를 만큼 늙고 작고 야위었으나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가 예쁜 사람, 기억에 선명하다.  

 

끝낼 시간이 다다갈 수록 손의 힘이 느슨해지기보다 강해지는데, 완전히 내 몸의 구성을 이해한 듯 작은 근육들 하나하나에서 우득우득 소리가 들렸다. 가장 단단했을 어깨와 목 언저리에서 한참을 공을 들이신다. 이제 마지막 절차. 우리 두 사람의 양손이 깍지 낀 채로 내 등을 둥글게 말아 스트레칭한다. 아,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니.

 

욕심 없음의 숭고함

 

우리가 함께한 시간 58분. 250밧. 우리 돈 10000원 정도. 이만큼만 드리기가 아쉬워 100밧을 따로 챙겨드렸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상상이 되는 장면, 아주 고마워 하거나 서둘러 깊은 곳으로 돈을 챙기는 뭐 그런 씬이 없는 거다. 내가 드린 것이 악수인지 돈인지 사탕인지 무심하게 100밧을 받아 가시더니 계산대 앞에서 본 계산을 마치히고 다시 돌려주신다. 여기 사람들은 돈이 제일 우선이 아닌 건가. 이분의 태도인 건가.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여행자의 호의를  더 큰 호의로 되돌려 주시는 건가. 욕심 없음의 숭고함을 본다. 소녀의 미소가 여전한 이유이지 않을까. 

치앙마이여행


비언어의 소통, 여행이라는 경험  

 

말이 통하지 않는 여행에서는 비언어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눈빛과 태도가 마음의 반영이라면 여행 중에 수많은 마음들을 마주치는 경험이 된다. 치앙마이 여기에는 실눈을 뜨고 노려보는 사람들이 없다. 다들 엷게 웃고 있거나 무표정인데 순하다고 해야할까. 도로 위 차들은 걷는 듯 달린다. 온갖게 엉켜 보이지만 비켜주고 기다리는 규칙이 읽힌다. 천천한 삶의 미덕을 이곳에서 누려본다. 내 몸통 만한 개들도 평온한 모드로 나를 지긋이 올려 본다. 캐나다 체크인을 울면서 챙겨 볼 때마다 개들은 아기처럼 자기네 사람을 닮은구나 알았챘는데, 그 실제를 만나 경험한 셈이다. 평생 개와 먼 내가 여기 개들과는 나란히 걷는다. 아주 아주 행복한 기억.  

치앙마이여행


치앙마이 여행 중에 인도를 잃었을 때 

 

이 도시는 인도가 드물다. 걷기 예찬자들의 여행지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는다. 나야 워낙 정보가 없이 와서 그랩을 믿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좁다란 도로들을 겨우 겨우 걷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왕복 8차선은 되어 보이는 웅장한 대로변에 아득하게 멈춰 섰다. 그랩을 부르기로 한다. 기사님이 반대편의 나를 발견해 손짓하더니 차에서 내려 기꺼이 연달아 달려오는 차량들을 막아 서고 뛰어 건너는 나를 맞는데, 이게 또 친구의 환대처럼 고마웠다. 언제나 믿는 말이지만, 결핍은 영감이 되고 배움의 기회가 된다는 실제편을 경험한다. 


치앙마이여행, less is more

 

혼자 하는 여행이 오랜만이다. 여기 치앙마이에서는 덜 걷고 덜 먹고 덜 잤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소박한 호텔을 누렸고 호텔이 챙겨주는 조식과 과일과 물과 낮의 간식으로 하루치 먹을 양을 채웠다. less is more 가 가능했던 거다. 뉴욕이나 베를린의 여행에서는 more and more의 경험을 했던 내가 변한 걸까 묻는다. 아마도 여기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해서가 아닐까. 비언어로 소통한다는 게 마음을 읽는다와 같은 말이여서, 머문 내내 마주친 이들과 마음을 주고받은 느낌이다. 그들도 같게 느꼈을지 모를 일이지만, 당신의 고유한 것들을 좋아해요, 고백하면서 다시 오겠다 약속한다. 


치앙마이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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